요즘 대학들은 과거와 달리 대학 이미지 광고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신문 잡지 등 전통적 매체를 이용한 광고만이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의 배너 광고, 버스나 전철 등의 차량 광고에 이르기까지 빠지는 곳이 없다. 대학마저 상품으로 소비되는 불행한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광고판 안에 그 대학 출신 연예인과 함께 그럴듯한 이미지로 던져져 있는 상품 설명서가 과장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화려한 옷을 입은 대학들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세계와 미래를 내세우지 않는 대학이 드물고, 꿈을 만들지 않는 대학이 없다. '글로벌 프라이드' '가자 세계로'와 같은 거창한 문구들이 대학 저마다의 목표와 이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내세운 이상에 부합되는 변혁의 방안과 실천이 대학 안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학 지망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그럴듯한 이미지의 옷을 들추면 상당수의 대학들은 여전히 '수구적'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칠판과 분필만 있는 간편한 교육 환경과 낮은 교수충원율,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강의와 학생 수에 따라 목이 왔다 갔다 하는 교양 강좌, 해마다 재연되는 등록금을 둘러싼 학생과 학교의 갈등, 연구 안하는 교수와 공부 안하는 학생, 학문은 없고 취업만 있는 대학 등. 광고의 외화(外華) 뒤에 숨은 내빈(內貧)의 얼굴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많은 대학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매 관리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가 이른바 대학 서열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더 많은 대학들이 개혁에는 흉내만 내면서 이미지 가꾸기에는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금의 이미지 홍수 시대에 비판적 담론의 생산이라는 고유 기능을 망각한 채 오히려 비판을 몰수하는 이미지 만들기에 대학이 몰두하는 것은 대학과 사회의 장래를 위해 위험한 일이다.
/조현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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