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후로 예상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히 대통령의 복귀나 파면에 대한 2분법적 심판이 아니다. 헌법재판관 9명 모두 노 대통령의 복귀(기각)에 표를 던지면서 동시에 모두 노 대통령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각, 각하의 경우라도 헌재 결정에는 노 대통령에 대한 경고와 충고의 '메시지'가 들어갈 수 있어 향후 노 대통령의 행보와 정치권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노 대통령의 완벽한 승리는 '대통령의 위법 사실이 없기 때문에 기각'이라는 한 가지 경우의 수 뿐이다. '선거법 위반은 인정되지만,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아니어서 기각' '측근비리에 연루돼 위법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나 취임 전 일이라 직무관련성이 없어 기각' 등이 재판관들의 다수의견이 된다면 노 대통령은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형식적으론 승리지만, 내용에서는 패배이기 때문.
선거법 위반의 경우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상태이고, 취임전 측근들이 불법자금을 받는 자리에 노 대통령이 동석했다는 사실은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상태다. 불법자금을 받은 이광재, 여택수씨 등은 "노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 뒤 받았다" "쇼핑백에 돈이 든 사실을 대통령은 몰랐다"고 진술, 대통령 연루 의혹을 비켜갔지만 넓게 보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다만 헌재가 후보 시절의 일에 대해 대통령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검찰도 애써 에둘러 갔던 취임 전 비리 연루 여부에 대해 헌재가 위법성을 언급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게 된다.
파면의 경우도 '선거법 위반 등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그 위법의 경중에 관련 없이 파면된다' '가벼운 위법 행위는 파면사유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중대해 파면이 정당하다'며 두갈래로 해석이 내려질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직무와 관련해 위헌·위법을 저지르면 탄핵소추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 사실상 헌재의 탄핵심판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기각, 인용 여부를 떠나 헌재 결정은 대통령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채 그 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 지 등을 판단하면서 헌재가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 직무 범위에 대한 전반적인 해석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경제파탄'에 있어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해석할 지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헌재 결정" 대처방안 한, 계파따라 제각각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임박한 헌법 재판소의 탄핵사건 선고를 앞두고 한나라당내에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대처방안 논란이 분분하다. 중진, 3선의원, 소장파 등 그룹에 따라 주문도 제각각이다.
쟁점은 헌재가 압도적 반대로 기각할 경우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느냐, 반면 가결쪽 소수의견이 수명이라도 있을 경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나서야 하느냐 등이다. 여당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논란거리다.
워낙 복잡한 방정식이다 보니 대응책도 말 그대로 백가쟁명이다. 때문에 선고 이후 한나라당이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도부도 시나리오별 대응책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소장파들의 경우 "승복 외의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무책이 상책'이란 것이다. 남경필 의원은 "각하되거나 찬성 수가 매우 적어 비난이 비등한다고 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국민 사과는 이미 총선전에 했고 선거에서 심판받은 만큼 또다시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도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든 재의미가 부여되도록 하는 대응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동시 사과를 요구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형준 당선자는 "대통령도 책임이 있는 만큼 사과를 하고, 한나라당도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각하나 만장일치로 탄핵이 기각이 될 경우엔 헌재기능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어떤 식으로 기각되든 서로간에 책임을 지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여야간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은 "간발의 차로 기각될 경우 여당이 이의를 달지 못하겠지만 큰 차로 기각될 경우 정치공세가 몰아치고 한나라당에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무성 의원은 "간발의 차로 기각 결정이 내려져도 일단 수용하고 이후 대통령의 자세를 지켜볼 것"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자세가 이전과 바뀌지 않는다면 야당으로선 전면 공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한열 의원은 "가결쪽에 1명이 있더라도 자진 사퇴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사퇴 촉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각하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비난성명을 내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