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약속하고 외치는 '상생과 화합의 정치'에 벌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안풍' 자금 환수를 위한 검찰의 한나라당사 가압류 추진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력 반발,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설을 둔 공방 등은 그 심상찮은 전조다.때문에 정치권에선 "상생이라는 말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배용수 부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아무리 정권의 인재풀이 취약하다지만 김 전 지사가 유력한 차기총리로 거명된다니 안타깝기조차 하다"며 "부도덕한 대통령도 모자라 부도덕한 총리까지 등장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완전 부도덕한정부가 될 것"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4일에는 '상생'이라는 말이 여야의 공격 방편으로 쓰였다. 한나라당은 검찰의 당사 가압류 움직임에 "상생한다더니 살생이냐"고 발끈했고, 김 전 지사는 자신을 배신자로 지목한 한나라당을 향해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게 상생의 정치냐"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다음 주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은 한방에 갈등과 대립을 재연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가결의 경우엔 말할 것도 없고 기각이 되더라도 찬반비율에 따라 여야의 책임론 공방,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 등으로 여야간 첨예한 긴장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원내과반의석을 보유,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열린우리당과는 달리 대여 견제가 유일한 무기인 한나라당 일각에는 '상생 정치'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표출되고 있다. 3선 그룹 등 비주류측은 "야당이 먼저 상생을 외치는 것은 여당의 2중대 노릇을 하겠다는 얘기"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홍준표 의원은 "조만간 야당다운 야당으로서 대여관계에 임할 것을 지도부에 촉구하겠다" 말했다. 이들은 사안만 생기면 강력한 대여투쟁을 천명하며 지도부를 흔들어댈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표도 "싸우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야당으로서 해야 할 역할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단다. 야당으로서 상생과 화합만을 주창하는 데는 한계점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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