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는 사진작가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박영덕화랑에서 18일까지 열리는 '언플러그드 씨어터(Unplugged Theater)' 전은 일곱 명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를 통해 포착한 서울의 과거와 현재, 실재와 가상, 현실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사진을 통해 서울, 나아가 한국사회의 정체성과 현대성을 해석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임영균은 흑백사진으로 서울을 '인기척 없는 부재(不在)의 공간'으로 표현한다. 고층 빌딩 위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 붐비던 차량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아스팔트, 사람 없는 대형건물의 에스컬레이터가 그가 발견한 서울의 모습이다. 고속성장이라는 어떤 폭력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 같은 부재의 풍경은 쓸쓸하고 섬뜩하다.
김상길은 '풍경화처럼'이라는 제목의 연작에서 역시 비워져 있는 실내 공간의 여백에 주목한다. 대량소비 물품으로 채워져야 할 대형할인매장, 대량생산의 공간인 회사 사무실은 그의 사진에서는 텅 비어있고 하얀 형광등 빛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모든 것을 탈색시켜버릴 듯한 인공의 빛이다.
박찬경은 북한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 세워진 서울 세트를 찍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그 세트는 해방 전후의 풍경으로 짐작되지만, 실제 존재한 적은 없었던 공간이다. 낡은 미국 서부영화 선전 입간판, 퇴색한 건물의 모습은 북한영화 속의 옛 서울이라는 이중적 허구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박찬경과 대조적으로 이주형은 한국영화나 TV드라마를 위해 세워진 1940, 50년대 서울 종로거리 등의 세트장을 촬영했다.
박홍천은 아파트의 불빛들이 별빛을 대신하는 밤하늘이 되어버린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형종은 20분 이상의 장시간 노출과 대형 필름을 써서 서울 거리의 모습을 신호표지만 남은 신기루처럼 찍었다.
독일 작가 베른트 할프페어는 이국 작가인 자신에게 무질서하고도 강렬한 느낌을 준 서울 빌딩군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촬영한 뒤, 그것을 뫼비우스의 띠 모양 오브제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언플러그드 씨어터'는 박영덕화랑이 지난해 연 '디스토피아―서울' 전에 이어 서울의 모습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재해석하는 연례전이다. (02)544―8481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