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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980 굿바이!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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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980 굿바이! 모스크바

입력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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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모스크바의 풍경은 서울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서방 국가의 불참으로 반쪽짜리가 된 올림픽을 위해 옛 소련 정부는 창녀들을 도시 외곽 강제 수용소로 쫓아냈다. 그녀들은 그러나 올림픽 성화가 봉송되는 길거리로 나와 '위대한 국가'의 힘찬 전진을 축하했다.'1980 굿바이! 모스크바'(연출 김태훈)는 러시아 극작가 알렉산드르 갈린(58)의 출세작 '아침 하늘의 별들'(1988)이 원작이다. 올림픽이 열리던 1980년, 모스크바 교외의 수용소를 무대로 나락에 내몰린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작품은 언뜻 보면 옛 소련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그러나 진창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휴머니즘이 더 강하게 풍긴다.

무엇보다 여배우의 앙상블 연기가 돋보인다. 고장 난 전구처럼 정신이 깜빡깜빡 거리는 안나(김선영), 괄괄하고 공격적인 글라라(이정하), 공주병 초기 증세를 보이는 로라(이유신), 격정적인 마리아(신지훈)의 앙상블은 과장되기는 하지만 뜨거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글라라가 무대를 휘저으며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2시간30분 동안 극을 이끌 수는 없다. 오히려 쉬는 시간을 두고 극의 완급과 리듬을 조절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소품과 음악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더 좋은 무대가 됐을 것이다. 30일까지 대학로극장.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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