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메사추세츠공대(MIT)에 유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처음 1년 이 곳에서 공부할 때 한국 대학을 나온 데 대해 약간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학생의 80% 이상이 서울대 출신이니까 미국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그래 너희가 얼마나 잘났나 한 번 해 보자'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곳에서도 한국 학생들이 시험은 아주 잘 보는 편입니다. 특히 한국 중·고교 수학 수준이 미국보다 훨씬 높아서 공대생들은 그 덕을 많이 보는 편이죠. 1년이 지나 어떤 방향으로 박사과정 연구를 할지를 정할 때가 왔습니다. 물론 명문대이니만큼 교수진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교수님들이 외국 원서를 번역하라고 시킬 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라고 의아해지던 바로 그 저자들과 만난다는 것은 굉장한 체험이었습니다.
과연 그런 사람들은 다르더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천재는 이런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앞에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났습니다.
그 동안 교과서에서만 보던, 신기하기만 하던 이론들을 만들어내고 노벨상도 타고 하는 바로 그 사람들, 그 정도가 되려면 이런 정도의 천재가 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도대체 비밀이 무엇일까? 저런 사람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하지만 세계 제일의 공학대학에서 이 정도 교수를 갖추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나와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소름이 오싹 돋는 일이 자꾸 생겼습니다. 주위에 있던 미국인 학생들이 하나 둘씩 점점 두각을 나타내면서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벽에 부딪히면 새로운 길을 스스로 파헤쳐 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초기에 미분기하학이란 이런 것이야라고 설명해주던 미국애가 이제는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이론을 설명해 줍니다.
그런 케이스를 점점 더 많이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들 중 몇 명이 내가 천재라고 생각하던 교수님들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랬습니다.
그 때부터 왠지 슬퍼지더군요. 넘을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장벽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인구수로나 교육열로 보면 이미 노벨상 수상자가 여러 명 나왔어야 할 시점에서 왜 한국에서 일류 교육을 받은 유학생들이 MIT에서 기죽어 지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미국 친구도 사귀고 미국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유아 시절부터 한국과 미국의 교육은 다르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감정적으로 때로는 분에 못 이겨 매를 드는 반면,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논리정연하게 말로 설명이 되었습니다. 대화가 거의 없는 우리 가정과 꽤나 대조적이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암기력과 약간의 사고력, 이해력 계발에 중점을 두는 동안 이곳에서는 창의력, 상상력, 사회성 등을 키워나갑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남들이 만들어 놓은 포장된 지식을 주입받는 동안 여기 학생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들은 미적분을 늦게 배울망정 창의력이 극대화되는 20대가 되면 어렸을 때 생각하는 법을 배웠기에 스폰지처럼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갑니다.
한가지 더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호기심입니다.
미국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신기한 것을 보여주면 이것은 어떻게 만들었느냐, 무슨 원리로 동작하느냐 등등 질문을 쏟아붓습니다. 심지어 하수구를 고치러 온 미국사람도 돈을 줄 테니 자기 아들을 위해 하나 만들어달라고 조르던 적도 있습니다.
반면 MIT의 박사과정 한국 유학생들은 시선이 1초 이상 머무르지 않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술만 마십니다.
과연 우리가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과학기술 수준을 이룩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단지 선진국이 되고, 노벨상을 받기 위해 억지로 연구하는 동안 이곳에서는 좋아서, 신기해서, 알고 싶어서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좋아서 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절대 따라갈 수 없습니다.
/http://majorblog.hankooki.com/document/aboe6096
●암기·주입 위주 교육 나라 망쳐
전적으로 동감하고 슬픔과 비장함을 느낍니다.
가문중심적, 출세주의적 입신양명관의 폐해가 국가 백년 대계인 교육을 덮고 있는 한 암기·주입 위주의 벼락치기식 공부로 나라를 망치고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우물 안 못난이 사회가 될 것입니다.
천리안적 안목으로 어릴 때부터 상상력 중심의 창의적인 교육을 지향해야 각인마다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화려하게 꽃피워내리라 생각합니다.
/bonsung913
●개념위주 공부에 동감
동감입니다. 미국인 엔지니어들을 만나 보니까 박사학위는 없지만 수학적인 개념은 탄탄하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처럼 계산 위주의 수학이 아니라 개념 위주로 공부하고 수학의 각종 수식의 의미와 답을 자연현상 또는 일상에서 찾으려 하는 공부 방법이 창의성을 많이 키워 놓은 것 같습니다. /hvac3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