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문" 작성중

헌법재판소의 탄핵사건 선고가 임박했다. 9명의 재판관은 거듭된 평의를 통해 내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6일부터는 본격적인 결정문 작성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선고는 13일께로 예상된다.

다수·소수의견 재판관별 결정문 작성

4일 평의를 마친 재판관들은 각각 상기된 표정으로 재판소를 빠져나갔다. 재판관들이 평의에서 주고 받은 갑론을박은 지근에서 보좌하는 연구관조차 알 수 없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자신의 결정 내용을 연구관에게 직접 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다만 지시하는 업무의 내용으로 재판관들의 의중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헌재소장과 주심의 지휘아래 소집되는 평의에서는 상상 이상의 격렬한 토론이 오간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하경철 변호사는 "의견이 대립하다 보면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내용은 전혀 기록으로 남지 않으며, 재판관별로 자체 메모를 하는 정도가 전부다. 주심을 시작으로, 후임 재판관에서 헌재소장 순으로 발표되는 최종 주문 개진과정, 소위 '평결'은 헌재 평의의 마지막 단계. 이 또한 구두로 이루어진다. 헌재 일부에서는 재판관들이 각각 9개의 카드에 주문 내용을 적어 펼쳐보고, 만약의 사태를 위해 이를 보관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공식적인 과정은 아니다.

평결 후 결정문은 주로 주심이 작성하지만, 주심이 다수의견이 아닐 때는 다수의견을 낸 재판관 중에 작성자가 지정된다.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별도로 소수의견 문안 작성에 들어간다.

하 변호사는 "여러 명의 소수의견이 일치할 경우 한 명이 문안을 작성하지만, 각각 다른 경우에는 재판관별로 자신의 소수의견 내용, 보충의견문을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선고 즉시 효력

평결 후에도 공식 평의를 통해, 혹은 재판관들의 개별적인 의견교류를 통해 결정문 퇴고과정이 이어지고 결정문이 최종 완성되면 선고일을 지정, 양측 대리인단에 통고한다.

결정문 작성 일정을 감안할 때 탄핵사건 선고는 다음 주중이 유력하다. 헌재 결정은 일반 법원 판결과 달리 항소, 상고 등 더 이상의 법률적 구제과정이 없다.

선고 즉시 효력을 발휘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복귀·파면 여부도 마찬가지다.

선고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3일 이후 헌재 주변에는 탄핵 지지나 반대를 표명하는 시위자들이 늘어가며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4일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헌재 정문에 장미꽃 5송이를 두고 가기도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