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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전통의학자문관 선임 최승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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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전통의학자문관 선임 최승훈 교수

입력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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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표준화가 늦어져 지금까지 제 대접을 못 받았습니다. 그러나 치료방법과 약품처방 등에 대해 통일된 표준만 제정한다면 양의학의 부족함을 훌륭하게 채워줄 대체의학으로 급성장할 수 있습니다."지난달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부 전통의학 자문관에 선임된 경희대 한의대 최승훈(47) 교수는 표준화야말로 한의학이 세계적으로 도약하는데 필요한 선결요건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7개국으로 구성된 WHO 서태평양지부의 전통의학 자문관은 전체 회원국을 통틀어 1명만 선임되며 전통의학에 관련된 연구제안서를 평가하고 기술적 타당성을 세계 의학계에 조언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다.

최 교수는 1996년 한방의 대표적 원전인 '동의수세보원'을 영역했으며, 2002년에는 환자의 증상에 따른 처방과 진단을 전산화한 '한방진단 전문가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전통의학의 세계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경희대 한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초로 암치료 한약물의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89∼90년에는 중국의약학원 부교수를 지냈고 지난해 9월부터 WHO의 전통의학 분야에 관여해왔다.

"한의학을 양의학과 대등한 과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한중일 3국의 학술용어 표준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WHO 전통의학 자문관으로서의 최 교수의 포부다.

한의학은 특히 전통 침술을 이용한 신경계통과 통증질환 치료분야에 있어서 서양에서도 우수성을 입증 받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정작 전통의학을 사용하는 국가간 상호교류가 적어 세계화에 뒤져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한의학 용어의 한자 및 영어표기 통일과 학술용어의 표준화 작업에 가장 먼저 착수할 방침이다.

"한방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침구혈만 놓고 봐도 아직까지 한중일 3국이 침을 놓는 자리마저 다른 부분이 있을 정도로 국가간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용어 통일과 함께 각종 진단과 처방에 대한 표준 제정작업도 함께 벌여 나갈 생각입니다."

최 교수는 한의학 분야의 과학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지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중의학관리국이란 부서를 설치하고 5,000여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갖춘 연구원을 운영하는가 하면 대규모 약재재배단지까지 조성했다"고 지적하며 "한의학 분야 국제화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도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긴 한의학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한의대 열풍과 관련, "갈수록 뛰어난 인재들이 한의사를 지망하고 있지만 정작 순수 학문으로서의 한의학 연구에 대한 열정은 부족한 것 같다"며 "후배들이 한의학이라는 나무의 단 열매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의 의술을 발전시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학문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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