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현명관 상근부회장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4일 서울의 한 호텔 일식집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경제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1시간30여분 동안의 만남을 마친 노 총장의 얼굴은 평소답지 않게 다소 굳어 있었다. "좁힐 수 없는 수평선 같은 철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그의 소감이었다.양측은 일자리 창출, 투자 활성화 방안 등 폭 넓은 화제를 놓고 얘기를 나눴지만 예상대로 뚜렷한 입장차이를 확인했다.
'성장과 분배' 문제는 가장 큰 이슈였다. 현 부회장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 먼저"라며 "위기국면을 벗어날 때까지는 성장을 위한 투자 분위기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 총장은 "사회복지를 확충하면 임금부담이 줄어 결국 일자리 창출 여력이 더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유세를 놓고는 설전을 벌였다. 노 총장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사회안전망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현 부회장은 "새로운 세목을 만들 게 아니라 기존 세목 가운데 걷히지 않는 것을 잘 챙겨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노 총장은 "고소득자의 탈루액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재차 부유세 도입 의사를 밝혔고, 현 부회장도 "열심히 일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기업인도 투자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 부회장은 오찬장에 들어서면서 "상견례일 뿐"이라는 말을 10여 차례나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정당 관계자와도 경제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민노당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라며 민노당에 대한 탐색전 성격의 자리임을 내비쳤다.
노 총장도 약속장소로 향하기 전에 "듣는 쪽이 불편하더라도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회동장소를 여러 차례 옮기면서까지 보안을 강조하려 한 것도 이견이 표면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회동을 마친 현 부회장은 "서로 이야기를 더 하면 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노당 김종철 대변인은 "전경련이 발전적으로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노당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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