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과의 인터뷰를 글로 전달해야 하는 것은 비극이다. 그와의 대화는 글로 옮기는 것보다 열 배는 재미있고 유쾌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MBC)에 출연하는 그를 만났다. 방영시작(6월16일)까지는 아직 한달 반 가까운 여유가 있지만 일찌감치 만난 것은 그가 당분간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삿포로, 남태평양 타히티 등의 아름다운 휴양지를 배경으로 하는 터라 내도록 해외에 머물 예정이다.황태자라는 말에 대해 그는 불만이 상당한 모양이다. 이유를 묻자 테이블에 올려 놓은 두 팔에 고개를 파묻고는 발까지 꽝 구르며 "아이 그냥 마음에 안 든다니까요"라고 말한다. 투덜투덜하는 모양새가 드라마 속 그의 모습과 똑같다.
사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같은 영화에서 여자친구를 위해 헌신하는 '머슴' 역할을 주로 해 왔다. 사실 그런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런데 황태자라니.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나 연령대가 한정돼 있어요. 순진한 총각 역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 영화를 계속하자니 다 비슷한 배역만 들어오잖아요. 드라마로 눈을 돌린거죠. 나름대로 이미지 변신을 위해."
그가 택한 '황태자의 첫사랑'의 최권희 역은 그의 설명대로라면 "지금까지 맡은 인물 중 가장 있어 보이는 아이"다. 말 그대로 황태자. 리조트와 호텔을 소유한 재벌 집안의 아들로 해외 리조트에서 G.O(Gentle Organizer·리조트 직원)로 일하다가 유빈(성유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삼각관계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여기에 이복동생인 차승현(김남진)과의 밀고 밀리는 라이벌 관계가 더해진다. "너무 전형적이고 진부한 로맨스물 아니냐"고 묻자 그의 답변이 가관이다. "에이 드라마가 다 그렇죠. 유치한 맛으로 보는 거죠."
드라마는 해외 촬영분이 절반을 차지한다. 발리에는 무려 한 달을 머물 예정이다. "좋겠냐구요? 내, 참. 일본 촬영 갔을 때요. 거기도 클럽메드였는데 TV도 없고… 하긴 나오면 뭐 하나 못 알아 듣는데, 그리고 시간 놓치면 밥도 못 먹어요. 거의 갇혀 있는 거더라구요. 발리에서는 무려 한 달을 그렇게 있을 생각을 하니….아휴."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 클럽메드의 도움을 받아 드라마를 촬영하는 지라 리조트 내의 규칙에 맞춰 지내는 생활이 생각만해도 갑갑한가 보다. 이전 인터뷰에서도 여러번 언급했듯 그의 롤모델은 박중훈이다. 최근에는 함께 영화 '투 가이즈'를 찍기도 했다. "중훈이형 애드립 보면서 가끔 흉내도 내고 그래요. 물론 100% 다 배울 만한 사람은 없어요. 중훈이 형도 그렇고. 장점과 단점을 추려서 배우는 거죠."
서른을 코앞에 둔 스물 여덟, 고민도 많다. "주변 분들이 저에 대해 걱정 많이 하세요. 아까 말했듯 역할이 한정돼 있다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차태현 보고 우울해 하고 싶겠어요? 기분 좋게 웃고 싶지. 명랑한 역 많이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평생 연기 할 거니까 걱정 안해요. 결혼하고 애도 낳고 그러면 자연스레 아저씨 역할, 바람 피우는 역할 같은 것도 할 수 있겠죠."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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