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택가격이 세계 어느 도시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을 보면 한국은 1만5,090달러로 미국 3만4,320달러, 일본 2만5,130달러에 훨씬 못 미치지만 집값은 그렇지 않다. 주택가격지수라는 것이 있다. 중위 주택가격을 지역 내 거주하는 중간 소득계층의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2001년을 기준으로 이 지수가 서울은 5.7로, 도쿄 5.6, 워싱턴 2.3, 뉴욕 2.7을 능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얼마 전 내놓은 '주택 생산체제의 효율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봐도 마찬가지다. 서울 주택가격 수준은 연간 소득 대비 6.4배로 주요 선진국 수도의 평균 4.6배에 비해 40% 정도가 높다. 반면 선진국에 비해 품질은 떨어지며 공사기간도 길어 소비자들이 높은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건설기술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국내 주택건설 수준은 69, 고층빌딩은 66에 불과하다. 값은 비싼데 품질은 나쁜 것이다.
■ 모건 스탠리는 한국 주택시장이 공급 과잉과 투기수요가 맞물려 있어 앞으로 1990년대 초와 같은 집값 급락 및 소비 침체 심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1∼2003년 한국의 주택 건설 주문량은 92% 늘었고 2006년이 되면 완공 물량이 90만호가량 공급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면서 투기는 막되 공급 과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주택소유자 들이 집을 넓히거나 고급화하는 수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 최근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밝혀진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V가 화제가 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집이냐는 것이다. 분양가는 평당 4,000만원 선으로 추정되는데, 이 경우 196평형의 총분양가는 78억원에 이른다. 서민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다. 완벽한 보안, 외부와의 철저한 차단 등 비밀주의가 특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꿈의 집'인 것이다. 주택경기 활성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은 계층간 갈등을 부추기고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 또 임금 인상을 초래해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하락시킨다.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이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부동산 값은 반드시 안정되어야 한다. 자기 돈으로 자기가 하는데 무엇이 문제라는 식의 발상은 곤란하다. 부동산이 또 꿈틀거리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민생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와 정치권을 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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