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와 인터넷의 전쟁이 치열하다. 최고의 화질과 음향, 각종 부가영상 덕분에 차세대 미디어로 떠오른 DVD가 초고속 인터넷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세계에서 주목할 만큼 급속도로 보급된 한국의 인터넷망.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설치된 우리나라는 인터넷만큼은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최선진국이다. 정보화시대에 앞서가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엄청난 인터넷망 때문에 개봉도 안된 영화의 동영상이 마구 올라온다는 점이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의 대부분은 P2P(개인간 파일교환) 웹사이트와 웹저장공간 홈페이지, 인터넷동호회 등지에 떠돌아다닌다. 마음만 먹으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원하는 영화를 인터넷으로 전송 받을 수 있다. 외화의 경우 네티즌들이 번역까지 해 인터넷에 공급하는 실정이다. 불법 동영상 파일은 영화제작사에서 유출되기도 하고, 때로는 극장에서 캠코더로 몰래 촬영해 만든다. 아예 정품 DVD에서 동영상 파일을 추출해 올리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는 말도 있지만, 사이버 공간을 뒤져 공짜 영화를 찾아 보는 쾌감은 남다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들은 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이 밤낮없이 뛰고 빚까지 져가며 만든 피땀어린 창작물이다.
불법 동영상 파일을 만들어 유포하고, 인터넷에서 구하는 것은 수많은 영화인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영화사로부터 판권을 사서 DVD나 비디오를 만드는 제작업체들과 비디오대여점들도 요새 매출 급감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를 아끼고 더 좋은 영화들이 계속 나오기를 원한다면, 더 이상 인터넷에 떠도는 불법 영상물은 쳐다보지도 말고 발견 즉시 관련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미국 정부도 최근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불법 동영상 파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내 실정과 비교하면 불법 동영상 유포가 미비한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인터넷 복제의 심각성을 미리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용량이 큰 동영상 파일의 인터넷 유통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 종량제(부분정액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청소년들이 성인영화는 물론이며, 음란물까지 인터넷으로 전송받고 있다.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나마 정품 DVD를 사서 모으는 마니아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는 반가운 일이다. 따지고 보면 좋은 영화와 멋진 DVD는 감독이나 제작업체가 만드는 게 아니다. 바로 우리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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