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가 폭력에 '올인' 했나. 매체비평단체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미디어열사)은 3일 'SBS 드라마, 폭력 속으로'라는 모니터 보고서에서 "현재 방송중인 SBS 드라마 8편 중 5편에서 폭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수위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SBS 드라마에서 최근 빈번이 등장하는 폭력 양식은 사채업자와 연관된 것들. 주말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는 둘째 딸 미득(유선)이 아버지가 진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들의 '해결사'로 나서 몽둥이로 채무자들을 위협하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에서도 조사장(성지루)은 무열(지진희)의 집을 빼앗기 위해 부하들을 보내 무열 어머니(박원숙)를 위협한다. '인간시장'에서도 사채업자들이 채무자를 납치해 장기를 떼내고, "어린이 장기는 값이 더 나간다"며 채무자의 딸까지 납치하는 광경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이밖에 아침드라마 '청혼'에서 세련(강경헌)은 애인의 전 부인 경희(조민수)를 혼내주기 위해 폭력배를 시켜 경희 가족을 괴롭힌다. 주말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현태(김민준)도 조폭의 '해결사' 노릇을 하다가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하지만, 무대가 링으로 바뀌었을 뿐 조폭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이들 드라마가 폭력을 매우 일상적인 현상으로 그리고 폭력 장면을 지나치게, 자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나아가 '인간시장'은 장총찬(김상경)의 폭력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미화하는가 하면 '파란만장…'은 폭력을 웃음으로 포장한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폭력에 대한 무감각을 키우고 주먹 한 방이면 무슨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선망 의식을 갖게 할 우려까지 있다는 것. 윤혜란 사무국장은 "타 방송사 드라마에서는 한동안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했던 조폭이 거의 사라졌는데, 유독 SBS만 폭력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결국 시청률을 노린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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