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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복용때 이것만은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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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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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아빠는 항상 피곤해 하고 장이 안 좋아요. 저는 피부가 칙칙하고 피곤하구요. 큰 아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요즘 짜증스러워해요. 작은 아이도 비타민을 먹였으면 하는데 어떤 것이 좋을지 추천해 주세요." 비타민과 영양제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는 이런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나이를 불문하고 영양제 하나쯤 곁에 두는 것은 상식이 됐다. 약국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찾으면 비타민만 해도 연령별로 특정 성분을 강화한 종류가 천차만별이고, 관절 눈 간 장 심혈관 뇌 등에 좋다는 영양제가 수십종류씩 나열돼 있다. 이처럼 영양제 홍수시대이다 보니 선택과 복용에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때로는 너무 과해서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각종 영양제가 넘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복용 시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 관절 영양제

요즘 홈쇼핑, 인터넷쇼핑에는 '초록입술홍합'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성분의 관절 영양제가 선풍이다. 이뿐 아니라 EPA, DHA,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등 성분도 갖가지다.

하지만 증상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 관절 영양제는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정도다.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은 연골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먹었을 때 간과 연골에 흡수돼 연골을 형성한다는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증상개선 효과가 드러난 임상결과가 많다. 단 노화로 연골이 닳아 관절이 아픈 퇴행성 관절염에 한해 효과가 있다.

면역세포가 관절을 공격해 염증이 생기는 류머티스 관절염이라면 건강기능식품으로 해결할 생각을 말고 가능한 한 조기에 진단,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유대환 교수는 "글루코사민은 새로운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될 잠재성이 가장 큰 성분으로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복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용량은 하루 1,500㎎(콘드로이친은 하루 800∼1,200㎎)정도가 권장된다.

제품을 선택할 때는 소금의 함량을 확인해야 한다. 유 교수는 "글루코사민의 원료가 조개껍데기여서 염분이 섞여 있을 수 있는데 특히 고혈압 등에 소금은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로 솔트(low salt)'라고 표시된 글루코사민을 구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약 12㎎으로 미국(9㎎)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또 조개껍데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복용해선 안 된다.

● 오메가-3 지방산

등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팔리고 있다. 관절영양제, 눈영양제, 두뇌영양제, 피부영양제, 혈액순환개선제, 심지어 아토피 피부에 좋은 영양제로까지 선전된다.

이는 오메가-3 지방산이 눈의 망막과 뇌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요소이고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에 작용해 항염증 작용을 하기 때문. 하지만 각각에 대한 효과는 차이가 크다. 즉 전문의들은 심장혈관에 대한 효과는 대체로 인정하는 편이나 류머티스 관절염에 대한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한다. 오메가-3 지방산이 작용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은 염증반응 30%의 원인밖에 안 되기 때문. 더욱이 과하면 뇌출혈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일부 임상연구 결과 오메가-3 지방산이 높을 경우 뇌출혈의 위험이 높아지고,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며, 당뇨의 조절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 심장협회는 심혈관질환을 막기 위해 주 2회 생선을 섭취하라고 권장하지만 과다복용할 가능성이 있는 농축된 영양제 복용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 칼슘제

60∼70대 여성의 3분의1, 80대 여성의 3분의2가 앓고 있다는 골다공증은 뼈의 밀도가 낮아져 쉽게 골절이 되고 이로 인해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질병이다. 특히 여성들은 폐경 후 급속히 골밀도가 낮아지는데, 이 때 반드시 보충해 주어야 할 영양성분이 칼슘이다.

하지만 골절을 예방하는 데 칼슘만큼 중요한 것이 비타민D라는 사실을 알아두자. 최근 미국의학회저널에서 하버드의대 하이크 비숍-페라리 교수는 "10개의 기존 연구를 비교 분석한 결과 비타민D를 섭취한 노인들이 위약이나 칼슘만 섭취한 집단보다 골절 위험이 22% 낮다"고 밝혔다.

비타민D가 칼슘의 흡수를 돕기 때문인데 노인이라면 더욱 비타민D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비타민D의 체내 함량이 떨어지는 데다가,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줄이면서 햇빛으로 만들어질 비타민D가 더 부족해지는 탓이다. 때문에 폐경기 이후 여성은 칼슘제와 비타민D를 함께 복용하거나 칼슘이 강화된 종합비타민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최영민 교수는 "폐경 후 여성은 칼슘 섭취 권장량이 하루 1,500㎎, 비타민D의 섭취 권장량은 하루 400∼600IU(10∼15㎍)이므로 식사, 햇빛을 통한 섭취를 감안해 그 이내로 보충해주면 된다"고 조언한다. 폐경 후 호르몬제나 골흡수억제제 같은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하더라도 칼슘 보충은 기본이어서 하루 500㎎정도를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칼슘제는 흡수도 잘 안 되고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식사 직후 위산이 많이 분비됐을 때 복용하는 게 좋다. 오렌지주스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또 커피, 콜라 등 카페인을 피하고 짜게 먹는 습관을 없애야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

무조건 많이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칼슘을 과다복용하면 신장결석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하루 섭취를 2,500㎎ 이내로 제한하도록 한다. 비타민D 역시 너무 많이 복용하면 독성이 있으므로 권장량의 2배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골밀도가 최대로 높아지는 25세 전까지 충분한 칼슘을 섭취해두는 것이 좋다.

● 철분제

성장이 매우 빠른 청소년들은 철분이 부족하기 쉽다. 철 결핍성 빈혈에 걸리면 피부가 창백하거나 피곤하고 현기증, 집중력 결핍, 운동 시 호흡곤란 등을 겪는다. 생후 6개월∼3세의 아이도 철분이 부족해 밥을 잘 먹지 않고 칭얼거릴 수 있다. 이 때 철분제를 보충해 주면 일주일만에 빈혈 증상이 사라지고 한달 정도 지나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다. 2∼3개월이면 고갈된 철분을 모두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철분제를 일반 영양제처럼 생각해 복용하는 것은 큰 문제다. 강북삼성병원 소아과 정혜림 교수는 "어지럼증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철분제를 복용할 경우 용량을 초과해 위장장애 설사, 복통, 구역질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고, 오래 과다복용할 경우 철분제 중독이나 빈맥, 쇼크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드시 병원에서 정밀 혈액검사를 받은 후 철 결핍성 빈혈로 진단되면 기간과 용량을 정확히 처방 받아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빈혈이라고 해도 염증성 질병에 의한 것은 철분제가 오히려 해가 된다는 점. 어린이들은 열성 감기, 인두편도선염, 중이염, 폐렴, 요로감염 등 급성 감염 질환에 자주 걸리는데 이 때 나타나는 일시적인 빈혈은 병만 나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 철분제를 복용하면 감염을 일으킨 병원성 미생물이나 염증에 관여하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해 세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면역기능에 장애를 초래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정 교수는 "철분에 풍부한 쇠고기, 쇠간, 계란 노른자, 굴, 대합, 바지락, 김, 미역 등 식품을 고루 먹어 빈혈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철분의 흡수가 잘 되도록 하려면 우유를 많이 마시지 말고(하루 500㎖ 이하) 비타민C를 함께 섭취하도록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어떻게 선택하나

생후 두 돌이 지나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되면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다음의 경우는 필요하다. 먼저 임산부는 철분제와 엽산(또는 종합비타민)을 보충해야 한다.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수술 등에서 회복중인 환자, 잘 먹지 않는 어린이에게도 종합비타민이나 영양제가 도움이 된다. 채식주의자 특히 자녀들은 육류에 많은 비타민B와 필수 아미노산, 아연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충해야 한다. 폐경기 이후 여성도 칼슘제를 섭취해야 한다. 노인은 비타민B12를 잘 흡수하지 못해 신경계 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따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비타민·영양제를 선택해야 할까. 먼저 하루 권장량에 맞는 용량을 살펴보아야 한다. 제조일자는 최대한 앞서있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이 쉽게 현혹되는, "비싼 것이 좋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가격은 약국 마진에 달려있기 때문에 오히려 의심스러운 약들이 고가로 팔리는 경우가 흔하다. 정혜림 교수는 "오히려 값싼 철분제 중에 '3가 철'보다 흡수가 잘 되는 '2가 철'이 주성분인 것과, 원료가 안전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철분과 칼슘제는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안 되므로 따로 복용해야 한다. 어린이가 성인용 비타민을 먹거나 과량 복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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