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터널의 끝인가. 경제불안의 뇌관이었던 카드산업이 기나긴 부실의 터널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연체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대환대출과 신규부실 발생도 줄어드는 등 지표개선 조짐이 뚜렷하다.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3월 말 현재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2.18%로 전월 말에 비해 2.82% 포인트나 하락했다. 전업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떨어진 것은 작년 6월 말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카드사별로는 비씨(8.41%→9.09%)만 소폭 상승했을 뿐 LG(19.68%→15.15%), 삼성(11.25%→10.63%), 현대(8.36%→6.78%), 롯데(2.33%→1.70%), 우리(24.40%→16.16%), 신한(7.72%→6.48%) 등 6개사는 모두 내려갔다. 특히 카드산업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LG카드의 연체율이 자산 클린화 작업으로 대폭 하락하는 등 부실 카드사들의 경영여건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금감원은 3월중 LG와 우리카드 등이 부실 채권 정리를 위한 대규모 상각을 실시함에 따라 카드사 총채권이 전월보다 4조6,000억원 감소해 연체율이 대폭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3월 말 현재 부실채권을 장기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 잔액도 14조5,039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1,792억원이 줄었고 연체 기간 1개월 미만의 신규 연체액은 5,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3,000억원이 축소됐다. 이와 함께 총채권 가운데 신규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신규 연체발생률도 1.1%에 그쳐 전월에 비해 0.4% 포인트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환대출과 신규 연체의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카드사의 연체율이 정점을 지나 하향 안정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반적 경제여건이 열악하지만 카드산업은 긍정적 방향으로 추세전환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의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는 카드회사채(카드채) 유통금리 역시 카드대란 이전의 안정단계에 진입한 상태. 지난해 말 LG카드 유동성사태 당시 10%대를 넘나들던 카드채 유통수익률은 올 1월 8%대로 떨어진 뒤 4월말 현재 6%대로 더욱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카드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정상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며 "경영여건이 개선되면서 일부 카드사는 2분기부터 월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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