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대학 캠퍼스에서 문학을 토론하고 동인지를 만들고 함께 습작기를 가졌던 젊은이들이 시인과 소설가, 평론가로 다시 만났다. 소설가 김승옥(63)씨의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작가 발행)의 발간을 맞아 4월 30일 서울 인사동에서 함께 문학을 공부했던 동료 문인들이 축하의 자리를 가졌다.'내가 만난 하나님'은 김승옥씨가 20여 년의 침묵 뒤에 낸 책이다. 문우(文友)의 재기를 기뻐하고 북돋우는 모임에서 김치수 최하림 곽광수 김지하 김주연 김병익씨 등 학생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이 옛일을 회상했다.
뇌졸중으로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김승옥씨는 "고맙습니다. 젊었을 때 함께 문학을 공부했던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습니다"라고 반가움이 담긴 목소리로 인사말을 했다. 서울대 문리대 재학 중 김씨와 동인지 '산문시대'를 함께 만들었던 평론가 김치수(64)씨는 "동인지를 만들기 위해 방학 때마다 한 달씩 전주에서 합숙을 했다. '무진기행'은 당시 김승옥이 동인 활동을 하면서 쓴 것이다. 우리들이 '신파 같다'고 했었는데, 그게 문학사에서 빛나는 대표작이 됐다"고 돌아봤다. 산문시대 동인인 시인 최하림(65)씨도 "김승옥의 소설 '건(乾)'을 읽으면서 햇빛이 번쩍이는 것 같은 감성에 놀랐다. 처음으로 '나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옥이 작품 활동을 중단했을 때 '네가 소설을 쓰지 않는 것은 죄'라고 다그쳤다"고 말했다.
김승옥씨와 함께 문리대 학생신문인 '새세대'를 만들었던 평론가 김주연(63)씨는 "김승옥이 등단작 '생명연습'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투고하기에 앞서 성균관대 앞 명륜다방에서 만났다. 그때 그가 자신감에 차 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항상 앞서가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문학과지성사 창립자인 평론가 김병익(66)씨는 "그림 솜씨에도 놀랐다. 문학과지성사를 일으켜 세운 첫 히트작이 조해일의 소설 '겨울여자'였는데, 김승옥이 표지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느지막이 동석한 시인 김지하(63)씨는 "유신시절 내가 감방에 갇혀있을 때 김승옥이 나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언젠가는 그가 빛나는 글을 다시 쓸 것이라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김지하씨는 고개를 돌려 김승옥씨를 향해 "써!"라고 소리쳤다. 김승옥씨는 조용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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