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여배우 셀라리에가 TV 생방송에서 에이즈 보균자에게 긴 입맞춤을 했을 때 많은 프랑스인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손을 잡거나 컵을 같이 쓴다고 옮는 병이 아니다. 에이즈 보균자도 당신들과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가슴을 울리는 순간이었다. 그 후 프랑스 TV는 매년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예방법을 알리고 에이즈 퇴치를 위한 연구 기금을 마련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방송해왔다.이 캠페인이 10주년을 맞은 올해, 7개 전국 네트워크 방송이 4월 23∼25일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기금 조성에 참여했다. 각 방송이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한 이번 캠페인은, 특집 위주 편성이 아니라 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나름대로 특성을 살려 에이즈 문제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종래의 캠페인 방송과 달랐다.
23일 아침 6시30분 France2의 '아침TV'를 시작으로, France3의 토크쇼 '그것이 내 선택'이 에이즈 보균자의 체험을, 청소년 프로그램 '어른들은 나가주세요'가 청소년 성문화를, M6의 '광고문화'가 각국의 에이즈 홍보 실태를 잇따라 소개했다. 게임 프로그램에는 유명인들이 나와 상금을 기탁하고, 뉴스에서는 르포가 방영됐다. 사흘 내내 TV 화면 상단에 에이즈 퇴치 캠페인의 표식인 붉은 리본과 성금 기탁용 전화번호가 뜬 것은 물론이다.
캠페인 방송은 24일 저녁 절정에 올랐다. 민영채널 TF1은 파트리샤 카스, 라라 파비앙, 사샤 디스텔, 조니 할리데이 등 유명가수 40여명의 열창에 샤넬, 웅가로, 장 폴 고티에의 특별 패션쇼까지 더한 대형 쇼 '에이즈 퇴치를 위해 함께 노래해요'(사진)를 방송,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같은 시간 France2의 '앙리 살바도르 콘서트'도 잔잔하지만 진한 감동을 전했다.
이번 캠페인의 또 다른 특징은 병마의 어두운 면보다 봄의 생기를 담아 새로 태어나는 환희의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점이다. 핑크, 노랑, 보라색으로 채색된 TF1의 스튜디오와 은은한 조명이 흐르는 France2의 무대는 1,000만 시청자들에게 즐겁고 안전한 사랑, 희망이 넘치는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 지난해의 2배가 넘는 500만 유로 모금으로 이어졌다.
에이즈 퇴치 캠페인이 시작된 지 10년, 이 무서운 병에 대한 긴장이 무뎌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캠페인 방송은 에이즈가 '천형(天刑)'은 아니지만 '죽음의 병'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바른 성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지켜라. 현재 에이즈균에 대한 백신은 콘돔 단 하나뿐이다." 500만 유로도 값지지만, 방송이 전한 이 메시지가 한 사람의 목숨을 에이즈의 위험에서 구한다면 더 없이 값진 것이 될 것이다.
/오소영·프랑스 그르노블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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