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모처럼 만에 통쾌한 플레이로 올림픽 5회 연속 본선진출의 새 역사를 썼다.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1일 중국 후난성 창샤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조재진과 김동진의 연속골로 중국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파죽의 5연승을 기록한 한국은 남은 이란(3승2패)과의 홈경기(12일) 결과에 관계없이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아테네행 티켓을 따냈으며,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통산 7번째,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5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김호곤호는 또 출범 이후 총 23차례의 공식경기에서 16승2무5패를 기록했고 김동진은 전 경기를 소화했다. 골키퍼 김영광은 최근 6경기를 포함해 549분간 무실점을 기록했다. 조재진은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1어시스트)를 올렸다.
한국은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 본선 8강 진출을 1차 관문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또 본선 조 편성 결과에 따라 최종 목표를 4강에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듯 이번 올림픽 본선에서도 반드시 4강에 오르겠다는 각오와 바람이 담겨 있다.
올림픽에는 16개국이 출전, 4개 팀이 4개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거쳐 8강을 가린다. 현재 각 대륙별 지역예선이 끝나지 않아 본선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만날 팀들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32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과 달리 16개국만 본선에 오른다는 점을 볼 때 8강 진출도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제이다.
더욱이 한국은 1964년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 본선에서 8강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 물론 1948년 첫 출전 대회인 런던 올림픽때 멕시코를 누르고 8강에 올랐지만 당시에는 조별 리그가 없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 스페인과의 첫 경기서 0―3으로 패한 뒤 모로코와 칠레를 각각 1―0으로 이겨 2승1패의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조별리그 3위에 그쳐 8강 실패의 아픔을 맛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높이를 상향 조정해도 될 것 같다.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를 비롯, 박지성(아인트호벤), 최태욱(인천 유나이티드) 등 2000시드니올림픽과 2002월드컵 멤버들이 본선 엔트리에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 예선 성적도 무실점에 5연승 등 어느 때보다 좋다는 점도 청신호다.
김호곤 감독은 "한국축구가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올림픽 4강에 도전하겠다. 8월 대회 때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맹훈련을 통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중국전 쐐기골 김동진/김호곤호 23경기 개근 "제2의 초롱이"
중국전에서 아테네행을 확정짓는 쐐기포를 터트린 김동진(22·FC서울·사진)은 '제2의 이영표'로 불린다.
'김호곤호'의 붙박이 왼쪽 미드필더인 김동진은 중국과의 5차전에서 1골1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은 물론 2002년12월 김호곤호 출범 이후 유일하게 23경기 전경기에 출장했다.
김동진은 지난 2월 코엘류 감독이 실시한 체력테스트에서 12분 동안 400m 트랙을 돈 횟수를 측정하는 지구력 테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무쇠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3월 코엘휴호 1기 멤버에 발탁되는 등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갔지만 성인대표팀에서는 이영표에 밀려 주로 벤치를 지켰다. 성인대표팀의 최강희 코치가 "어리지만 저돌적인 공격 플레이가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올림픽축구 한일전에서 혼자서 두 골을 쓸어 담아 '일본 킬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당시 폭발적인 측면돌파와 동물적인 골 결정력을 높이 평가 받았다.
지난 1월 카타르 초청대회 때는 중앙수비수로도 깜짝 변신했던 김동진은 왼쪽 윙백, 중앙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해내는 멀티플레이어로 특히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가 일품. 스피드에서는 이영표에 뒤지지만 저돌적인 측면돌파와 정확한 크로스는 이영표에 못지않다는 평가다.
김동진은 "중국전을 이틀 앞두고 훈련 중 잠깐 실신한 뒤 오히려 힘이 났다"면서 "다른 때 같으면 골대 밖으로 나갔을 오른발 슛이 골로 연결된 것도 이때문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동은기자
● 중국전 이모저모
1인당 1,000만원이상 포상
○…아테네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한 태극 전사들에게 두둑한 포상금이 지급된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부회장은 1일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아직 포상금 규모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본선 진출 당시 포상금(1인당 1,000만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방침이다.
김감독 마음고생에 고막 터져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이번 중국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매우 심했다. 김 감독은 "이란이 말레이시아에 6골 차 대승을 거둔 뒤 너무 신경을 쓰는 바람에 지난 29일 저녁부터 중이염 증세가 나타나 고막이 터졌다"며 "만일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이란전에서 올림픽행이 결판이 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수단 호텔서 샴페인 축배
○…선수단은 중국전이 끝난 뒤 숙소인 창샤 돌튼 리조트호텔에서 축하연을 갖고 본선행을 자축했다. 김 감독은 샴페인을 터뜨린 뒤 선수들과 함께 술잔을 높이 치켜들었고, 중국인 호텔직원들도 박수로 한국팀의 본선 진출을 축하했다. /창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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