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승인을 코 앞에 두고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조합원수만큼도 못 짓는 재건축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서울 5대 저밀도지구 가운데 하나인 강서구 화곡지구 내 화곡2·3주구가 층고 제한에 발목이 잡히면서 사업 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2일 화곡지구 재건축 조합들에 따르면 화곡주공2단지와 영운·양서3단지 등으로 구성된 화곡2주구(2,043가구)가 최근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항공기 안전을 위해 신축 아파트의 층수를 낮추라"는 층고 제한 강화 방침을 통보 받으면서 사업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건립 가구수가 크게 줄게 돼 수익성 하락은 물론 층고 제한을 둘러싼 양측의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재건축 추진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2주구 250여가구 조합원 자격 불투명
갑작스런 층고 제한에 발목이 잡히면서 2000년 2월 서울시가 확정 고시한 화곡지구저밀도 개발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돼온 재건축 사업의 축소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곡2주구의 경우 개발기본계획에 따라 당초 2,543가구로 신축키로 한 건립 규모도 750가구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2주구 조합원 가운데 일반분양은 커녕 250가구가 조합원 자격조차 불투명한 상태에 놓였다.
인근에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화곡3주구도 당초 계획보다 140여가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 그나마 사업부지가 고도가 낮은 곳에 위치해 2주구보다 상황은 나은 편이나 대대적인 사업계획 변경은 불가피하다. 상가를 포함해 총 1,900가구로 이뤄진 3주구는 당초 2,500여가구로 지어질 계획이었으나 2,360여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조합 대책 마련에 분주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불투명해지면서 화곡2주구조합과 3주구조합은 대책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곡2주구조합은 보름전부터 서울지방항공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층고 제한 조치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화곡3주구조합은 층고가 많이 깎이는 곳에 저층으로 지어질 상가동을 건립키로 하는 등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변경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 조합과 항공청 양측은 서로 팽팽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합측은 "화곡 저밀도지구 재건축이 추진 중이던 98년 이미 항공청이 단지와 연접한 우장산(98.9m) 높이 이내로 층고 범위를 정할 것을 공문을 통해 알려왔다"며 "사업승인만을 남겨놓은 지금에 와서 다시 층고 제한을 강화하는 것은 억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98년 언급됐던 기준은 양측의 협의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번 제한으로 조합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국제민항기구 기준에 따른 것이라 다시 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저밀도지구 개발기본계획에 대한 조합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조합원 강모(53)씨는 "전체 건립 예정가구의 35% 가량이나 줄게 된 것은 당초 개발기본계획이 엉터리였음을 입증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화곡2주구재건축조합 한 임원은 "기본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도 재건축이 막힌다면 누가 시 정책을 믿고 따르겠냐"며 "층고 제한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진 기본개발계획 때문에 조합원 피해만 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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