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이나 김근태 원내대표의 입각여부를 두고 부쩍 말들이 많아진다. 권력정치 만능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바람직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은 일이다. 새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치개혁의 완성이나 바람직한 국정진로의 모색, 경제살리기 등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열린우리당에서 지금 나온 화제들로 어울리지 않는다.선거에서 이긴 집권당이 미래와 정국의 청사진과 계획을 가다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것이 구태여 선거를 이끈 지도부 두 사람의 입각 문제로 귀결돼야 할 까닭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다 온당한 처신이 아쉽다.
시기적으로도 선거가 끝난 지 겨우 보름 남짓 한 데다, 대통령 탄핵 문제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남겨둔, 미완상태에 있다. 사리가 다 그렇듯이 정치도 완급이 중요하고, 국정의 관심과 역점을 둬야 할 의제 역시 이런 문제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는 내각이 권력실세의 실력 배양소로 여겨지고, 기능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민의 생활고를 해결하고,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 가야 하는 과제가 역대 어느 때보다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게 현 내각이다. 그런데도 차기 대권후보 수업을 위해 내각경험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들이 들리고, 이를 위한 적소로 어느 특정 부처까지 거론되는 형국이니 나가도 너무 나간 느낌이다.
뒤로는 정 의장과 김 대표가 정권의 후계자 군으로 때이른 경쟁을 벌이는 정황까지 드러난다. "입각하려면 함께 한다" "혼자만 들어가면 당에서 소외된다"는 등의 말들이 행여 권력에 취한 착오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과거의 권력, 기존의 정치행태와는 뭐가 달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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