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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해방원하는 아이에게 모험소설 권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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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해방원하는 아이에게 모험소설 권해 보세요

입력
200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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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라미호의 모험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논장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인가 집에 있던 돗자리와 손전등 같은 물건들이 하나씩 없어지고 귀가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날마다 땀과 먼지로 꼬질꼬질하긴 해도 생기가 넘치고 들뜬 얼굴에 몇 방울의 눈물 자국이 생기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라는 주거 공간은 아이들의 조그만 비밀스러운 유대감과 모험심을 품어주기에도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집 안도 다르지 않았다. 몰래 숨어 들어가 혼자 책을 보거나 작은 들창 틈새로 들어오는 햇살에 떠다니는 먼지를 보며 괜한 청승을 떨어볼 다락방이나 지하실, 하다못해 창고방도 없는 우리네 집. 활개 치며 놀 공간도, 시간도 없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이번 어린이날에도 부모들은 창의력을 키워준다는 장난감을 사주고 놀이동산에 가서 열심히 줄을 설지 모른다.

겨우 며칠 만에 막을 내린 어른으로부터의 완벽한 해방에 슬퍼하는 아들에게 그저 모험소설 몇 권 권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톰 소여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십오 소년 표류기' 같은 것이다. 이제 그 목록에 '피라미호의 모험'을 올린다.

강가에 마을을 이룬 발리에 장마가 끝나자 데이비드의 집 선착장에 카누 한 척이 떠내려 온다. 카누의 주인은 아담 코들링. 고모, 노망 난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아담의 집안은 과거에 큰 부자였으나 지금은 저택만 남아 생계를 걱정하는 형편이다. 여름이 지나면 아담은 도시의 다른 친척집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코들링 가문에는 보물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보물이 숨겨진 장소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뜻을 알 수 없는 한 편의 시뿐이다.

두 소년은 시의 낱말 하나하나의 의미를 생각하며 보물을 찾아 나선다. 고모는 지난 세월 코들링 가문 사람들이 보물을 찾기 위한 노력만큼 일을 했으면 더 잘 살았을 거라며 야단만 치지만 소년들은 그만둘 수 없다. 아담이 떠나는 것도 싫지만 그 저택을 사려는 사람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집을 허무는 것도 불사할 인물이기 때문에.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작가 필리파 피어스의 처녀작인 이 작품은 1955년 발표돼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야기의 전개가 느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의 연결 고리는 아귀가 맞고 고비마다 긴장감을 준다.

또한 소년들의 보물 추적과정 못지않게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채, 흘러가는 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국 시골의 자연과 마을 사람들의 건강한 생활에 대한 묘사가 매력적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소년들과 보물을 대하는 고모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강은슬/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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