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쌍두마차인 정동영 당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서로의 거취를 놓고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두 사람의 행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2인자 관리 전략'과 맞물려 점점 더 복잡한 권력게임의 양상을 띠고 있다.당 안팎의 관측은 정 의장이 우리당에 남고, 김 대표가 정부에 입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 같은 구도는 청와대측의 강력한 희망이기도 하다. "두 마리 호랑이를 한 우리에 두긴 어렵지 않느냐"는 식의 교통정리다. 하지만 양측 모두 거취를 선뜻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서로 상대방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선 정 의장은 당분간 의장직을 유지하면서 정치개혁을 책임지고 추진키로 했다고 측근들이 입을 모은다. 최근 노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한때 거론되던 조기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이제는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언제까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 의장 자신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는 듯하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 출마의 뜻을 접고, 입각하기로 뜻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장관 자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 측근은 "최근 노 대통령과의 단독회동 등에서 강하고 구체적인 입각 권유를 받았다"며 "김 대표도 마음을 정리하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의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로 활동무대가 달라질 판인 데도 상호 견제는 계속되고 있다. 정 의장쪽 태도에선 초조함이, 김 대표쪽에선 상대적으로 느긋함이 묻어나온다. 정 의장은 총선 후 '실용주의적 개혁정당론'을 적극 내세우는 한편 "차기총리를 당에서 추천하겠다"는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김 대표는 조용했다. 소리없이 중진을 비롯한 당내 인사를 만나 의견을 나누는 등 잠행에 가까운 행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정 의장은 '노인폄하' 발언 등으로 인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고 원외라는 점도 더해져 급한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반면 김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입지가 더 강화됐다는 평가에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의 측근은 "김 대표가 원내대표를 다시 맡으면 물러나 쉴 생각도 있었다"며 "그러나 김 대표는 지도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반면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정 의장이 당 운영을 독점하다 총선 후 변화가 생겨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촌평했다. 김 대표 진영에선 "지금 노심(盧心)은 우리 쪽에 있는 게 아니냐"는 자신감이 흐르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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