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첩보전의 역사―인물편어니스트 볼크먼 지음·석기용 옮김
이마고 발행·1만8,000원
냉전의 시대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 전개된 '총성 없는 전쟁' 첩보전은 비밀스러운만큼 마력도 지닌다. '스파이'란 존재도 마찬가지다. 목숨을 담보로 한 그들의 지능적이고 위험한 정보 거래에는 스릴이 넘친다. 007 시리즈 등의 첩보 영화나 소설에서 비쳐진 스파이의 모습이 그렇다.
이 책에 소개된 45명 스파이의 활약상을 보면 영화나 소설에서 보아온 것보다 더 극적이다. 이념을 위해 목숨을 걸고, 생존을 위해 조국을 배반하고, 덫에 걸려들기도 한다.
영국 정보부 MI6 한국 기지를 개설한 조지 브레이크는 MI6에 침투, 소련 KGB를 위해 암약한 이른바 '두더지'였다. 정체가 발각된 그는 복역 6년 만에 탈주에 성공했다. 이 탈주극이 누구의 작품인지는 아직도 수수께끼.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의 이언 플레밍 또한 첩보계의 기린아였다.
히틀러의 부관 루돌프 헤스를 점성술로 포섭하고 사회부적격자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편성하는 등 그의 머리 속에 들어있던 작전은 엉뚱했으나 성공적이었다. 2차 대전 당시 이념의 조국 소련을 위해 역사상 가장 치밀한 첩보작전을 수행한 독일인 리하르트 조르게는 정보기관의 포위망이 좁혀오는데도 애인인 일본 무희를 떠나지 못해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미국에 경고한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련의 정세를 정탐한 영국 작가 서머셋 몸, 미국 스파이로 활동한 교황 바오로 6세 등은 대중적 유명세를 이용한 아마추어 스파이들이었다.
국제안보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 어니스트 볼크먼은 "훌륭한 스파이는 될수록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그 존재를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스파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로 인해 세계사의 경로가 틀어진 것도 사실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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