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선자 연찬회 마지막날인 30일 당 정체성과 지도체제 등을 둘러싼 공방 제 2 라운드가 벌어졌다. 당선자들은 3시간 넘게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점심식사도 거른 채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당선자들은 연찬회를 통해 당 정체성이 '개혁적 중도 보수'로 정리됐다는데 대부분 공감했다. "국민의 뇌리에 보수가 기득권에 집착하는 수구 이미지로 각인돼 있기에 부적절하다"(권철현 의원) "선진화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 우리당과 경쟁해야 한다" (권오을 의원) 등 다른 목소리들도 나왔다.
심재철 의원은 "조폭은 아무리 회개해도 조폭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며 당명 변경 등 재창당 작업이 필수라고 주장해 동의를 얻었다. 이에 따라 선진한국당, 민주개혁당, 선진개혁당 등 새 당명에 대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홍준표 의원은 "당이 제대로 가려면 건전한 토론문화가 급선무"라면서 "16대 때는 쌀밥에 돌이 들어갔느니, 유통기한이 지났느니라며 인격살인을 해 토론이 제대로 안 됐다"고 당내 소장파를 공격했다.
당선자들이 가장 날카롭게 부딪힌 쟁점은 지도체제 문제.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집단 지도체제를 거론하는 일부 중진의원들은 대표를 둘러싼 좌석 배치에 신경 쓰지 말고 정책에 집중하라"고 일격을 날렸다. 권철현 의원도 "박 대표 덕에 살아난 사람들이 벌써 고마움을 잊고 당권 경쟁이나 하니까 한나라당이 의리없는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안상수 의원은 "집단 지도체제로 가야 박 대표가 여당의 유일한 공격 타깃이 되는 것을 막아 보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회창 전 총재를 둘러싸고 있던 인간들이 이제 박 대표를 에워싸고 (아부를 하니) 우습다"고 비난했다. 이재오 의원은 "영남권은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수도권이 전진기지가 될 수 있게 체제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한편 박 대표가 "수원 민생탐방에 가겠다"며 토론을 중단시키려 하자 반(反)박파가 비난해 일순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재오 의원은 "야당 지도자가 공장을 방문한다고 경제가 살아나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문수 의원은 박 대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자는 김형오 사무총장 등에 대해 "충성 경쟁이라도 하시나"라고 비꼬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연찬회 따로따로 열렸나
총선 이후 첫 기싸움의 장, 연찬회를 끝낸 한나라당 제정파들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해댔다. 저마다 "우리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소장파들은 이번 연찬회의 쟁점이었던 당 정체성과 지도체제 문제에서 기대했던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남경필 의원은 "당선자 대다수가 당이 좀 더 개혁적인 방향으로 진로를 잡아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며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론이 대세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의원도 "대북관계 등에서 유연한 대응 등 변화가 대세임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우편향으로 흐르던 인사들은 아예 입을 닫았다"고 말했다. 소장파들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매주 수요일 정례 모임을 갖기로 하는 등 당내 세력화에 본격 나설 채비다.
집단지도체제를 강하게 주장했던 3선 의원들도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자평했다. 김문수 의원은 "앞으로 논의가 더 이뤄지면 집단지도체제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며 "지금은 뭐가 대세고, 대세가 아니라는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당 정체성과 관련, "이미 당이 중도보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는데 소장파들이 좌향좌 운운한 것은 특정인물을 매도하기 위한 공세였다"고 주장했다. 3선그룹도 내달 2일 초·재선 당선자를 포함한 모임을 갖고 지도체제 문제 등 당내외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소장파들의 좌향좌 주장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던 영남권 의원들도 편의적 해석을 하긴 마찬가지였다. 김용갑 의원은 "왼쪽 오른쪽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똑바로 가면 된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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