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2기에는 CEO(최고경영자)형 총리가 필요하다." 차기 총리 인선과 관련해 여권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일컫는 CEO형 총리는 김혁규(사진) 전 경남지사를 염두에 둔 말로 해석된다. 김 전지사가 미국에서 사업가로 크게 성공했고 3선의 도지사로서 업적을 남겼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의 마음도 김 전지사쪽에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김 전지사의 경영적 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다른 측근도 "노 대통령은 앞으로 일상적 국정 운영은 총리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이므로 실물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총리를 맡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당내 인사가 총리를 맡는 게 좋다"며 김 전지사를 총리 감으로 추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6일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을 때 총리직 얘기는 없었다"면서도 "지금은 탄핵 국면이므로 개각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다"고 여운을 두었다. 김 전 지사는 "10여년간 수행했던 도지사직을 그만둘 때 중앙정부나 중앙정치에서 필요로 하면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풍요롭게 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 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통령은 '도지사까지 그만두는 것을 보니 용감한 사람'이라고 격려했을 뿐 자리 얘기는 없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김 전지사 카드에 반대하는 기류도 있다. 첫째 대통령과 총리 모두 경남 출신이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해말 한나라당을 탈당한 인사를 총리에 지명할 경우 17대 국회 개원 초반부터 여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고건 총리를 금년 가을이나 연말까지 유임시키자는 주장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고 총리만한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고 총리 유임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의 재선 의원은 "탄핵 기간 동안 대통령 대행직을 잘 수행한 고 총리를 바로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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