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권 일부가 한나라당과 노무현 후보측이 아닌 제3자에게 유입된 사실이 처음 포착됐다. 검찰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2002년 6·13 지방선거 당시 삼성 채권 15억원을 받은 단서를 찾아냈다. JP의 금품수수는 삼성 채권 수사가 기존의 궤를 넘어섰다는데 의미가 크다. 경우에 따라 삼성 채권이 정치권의 또다른 뇌관이 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수사 정리 단계에서 과연 검찰이 이를 터뜨릴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검찰이 찾아낸 삼성 채권은 현재까지 약 700억원대에 이른다. 이 중 한나라당에 300억원, 노 후보측에 15억원, JP에 15억원이 제공된 것만 확인됐고, 나머지 370억원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검찰과 삼성은 채권이 모두 '뇌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이 사채시장에서 채권을 구입해야 했던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정치자금이 채권 구입의 가장 큰 목적이 될 수 있다.
채권 370억원 중 상당액이 정치권에 유입됐다면, 이는 각 정당과 정치세력이 우선 대상이다. 정치일정을 대입해 보면 우선 2002년초 치러진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있다. 경선자금은 한나라당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민주당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삼성의 경선자금 제공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같은 해 치러진 6·13 지방선거의 자금은 한나라당에 채권 50억원, JP를 통해 자민련에 15억원이 제공됐다. 삼성이 당시 여권을 빼놓고 야권에만 돈을 줄리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흘러갔을 개연성은 크지만 역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 수사도 당시 민주당 핵심 인사들과 노 후보측에 집중되고 있고 '성과'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선자금의 경우 한나라당에 채권 250억원, 노 후보측에 채권 15억원이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여전히 액수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채권 추적으로 불법 정치자금 수사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삼성채권 구입자금의 출처가 대주주라는 삼성측 주장을 선뜻 믿지 않으면서도 이를 깨뜨리기가 여건상 힘들다고 보고있다. 대신 드러난 채권 문제 만큼은 깐깐하게 처리한다는게 검찰의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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