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분권형 정부를 지향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한층 신장시키고자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권능이 신장되면 될수록 동시에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서 올해 안으로 법제화하려고 하는 주민소송제도는 바로 그런 방안의 하나이다.주민소송제도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행위에 대하여 주민의 손해배상 소송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는 주로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자체 공무원의 위법한 재정 지출 행위를 예방·금지하고 지방자치단체 주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공익 소송으로 주민의 정치참여와 지방 공공의 이익 옹호 및 사법적 통제의 의미를 지닌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납세자 소송(Taxpayer's Suit)'이라는 이름으로 주 정부나 지방 정부에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단 1명의 주민이라도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여 재정지출의 오·남용을 제어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관련된 통제·감시는 감사원 및 각 지방자치단체의 감사관 등 행정 내부의 통제·감시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내부 통제·감시 장치는 단체장에 예속된 감사관, 공무원들의 순환보직 등으로 인하여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해 재정통제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시민단체가 '밑 빠진 독 상'을 제정하여 매년 '우수'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을 선정·방문하여 시상하고자 하나 거부하는 등 웃지 못할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주민과 자치단체나 단체장이 항상 건전한 제도적 긴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지방자치가 한 단계 더 성숙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민소송과 관련하여 누구를 소송 당사자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주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공무원인 경우에도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의 예산 낭비는 그 폐쇄성과 은밀성 탓에 사실상 일반 주민들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 제보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무원도 소송 당사자로 인정해야 한다.
만약 주민소송의 원고가 내부 제보자라면 피고가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동료나 상사 및 부하 공직자일 경우 사실상 제보자는 해당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대가는 필수적이다. 이 경우 보상 범위의 상·하한선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또한 소송의 대상이 되는 범위는 위법한 공금 지출이나 재산 취득·관리·처분, 계약 체결·이행, 채무 및 기타 의무의 부담, 공금 부과·징수를 태만히 한 사실, 재산 관리를 태만히 한 경우 등 재정적 행위에 초점을 둔다.
주민소송제도는 남용이나 정치적 악용 가능성이 있어 단체장을 통제하고 자치단체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만 치중하다 보면 이제 막 시작한 지방자치의 활력을 질식시킬 우려가 있다. 주민소송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감사 청구 전치주의(前置主義)를 채택하여 먼저 주민이 감사를 청구한 후 그에 대한 불복 등이 있는 경우에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주민감사 청구를 위한 청구권자의 요건을 가능한 한 완화하고 주민감사 청구를 받은 기관 등이 일정 기간 내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 내에 감사 청구에 대한 구체적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주민소송 요건이 발동되도록 하여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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