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잔디를 찾아 노숙자들이 몰려들 텐데…." "넓은 광장에서 집회 연다고들 하면 그건 또 어떻게 합니까."서울시가 1일 시청 앞 '서울광장' 개장을 앞두고 때 아닌 고민에 빠졌다.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시민 광장'이라는 기대감도 잠시. 인근 노숙자들이 몰려들 움직임을 보이고 시민단체 등의 대규모 집회가 예상되면서 시 관계자들의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4일 시의회 의결을 앞둔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광장 사용을 원하는 단체는 미리 신청서를 시에 제출하도록 했지만 개인은 이용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 때문에 시는 서울역이나 을지로입구역 등의 노숙자들이 광장을 새로운 '안식처'로 삼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2년째 노숙하고 있는 정모(55)씨는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점심시간이나 주말에는 동냥하기 쉬울 것"이라며 "차가운 콘크리트 대신 잔디에서 자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총무과 김호연 팀장은 "청원경찰 10여명을 배치할 예정이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 직원들이 주·야간 순찰하며 노숙자들을 노숙자 숙소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숙자들은 "우리도 당당한 시민이기 때문에 시가 우리를 쫓아 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이 와중에 '서울시가 집회 개최를 너무 엄격하게 막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 또한 시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조례에는 '광장에 심각한 손상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이 집회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달 접수된 6건의 사용 신청서를 "사용기간이 길고 노점상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모두 반려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광장 사용 신청 및 허가는 국가 소관 업무이며 시 조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보다도 엄격하다"고 반발하고 있어 '집회 개최'를 놓고 적지 않은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광장의 전체 면적은 3,995평이며, 타원형의 잔디광장은 1,904평, 잔디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돌로 포장된 면적은 2,098평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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