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기술자'를 동원해 서울 종묘공원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이 적발됐다.이모(43)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노인이 많이 모이는 종묘공원에서 윷놀이 도박판을 벌였다. 편을 둘로 갈라 이길 것 같은 쪽에 참가자들이 돈을 걸도록 했고 판돈에는 제한이 없었다. 양쪽 합쳐 걸린 판돈이 100만원이 넘으면 판을 시작했다. 이씨는 노인들에게 술을 사주며 환심을 샀고 자금을 빌려주며 도박판으로 유인했다. 판돈은 평균 200여만원에 달했고 판이 벌어질 때면 100여명의 구경꾼이 모여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도박판은 모두 사기였다. 양쪽 편에서 고정적으로 윷을 던지던 사람들은 이씨의 일당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윷을 던질 수 있는 '기술자'였다. 이들은 참가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말의 간격을 조절했다. 이씨의 내연녀 박모(50)씨가 판돈이 적게 걸린 쪽에 돈을 걸면 사기도박단은 자신들의 돈이 걸린 편을 이기게 해 판돈을 쓸어가는 수법도 이용됐다. 이들은 승부 결과에 반발하는 노인에게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일당이 이렇게 따 낸 돈은 모두 2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9일 이씨 등 사기도박단 7명에 대해 도박장 개설 및 갈취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에 이어 동일한 혐의로 두번째 검거됐다. /최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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