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노동자에서 국회의원으로. 민주노동당 심상정 당선자는 25년간 노동운동 현장을 지키다 국회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수배 생활을 10년 넘게 했고 각종 혐의로 입건된 것만 30여 차례. 그는 이제 '일하는 여성'의 이름으로 '남성·가진 자' 중심의 해묵은 정치 관행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심 당선자의 이력은 한국노동운동사의 압축판이나 다름없다. 심 당선자는 서울대 역사교육과 3학년 재학중이던 1980년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함으로써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곧 위장취업 신분이 드러나 84년부터 긴 수배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심 당선자가 갖고 있던 죄목은 무려 11가지. 그는 "국가보안법, 집시법, 노동쟁의조정법, 3자 개입금지, 업무방해 등에다 화염병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단방화까지 포함됐다"고 회상했다.
수배 중에도 노동자 조직화에 주력하던 그는 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했다. 27살 처녀의 몸으로 한국전쟁 이래 최초·최대의 노동자 정치투쟁으로 기록되는 구로동맹파업을 이끈 것이다. 그는 이 사건 이후 조직적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김문수 백태웅 박노해 등과 의기 투합,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결성을 주도했다. 노동 조직 활동은 전노협 쟁의부장,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사무차장 등으로 이어졌다.
심 당선자는 "현장에서 오랜 시간 생활했지만 이제는 원내에서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내 진출의 의미를 설명했다 .
심 당선자는 "노동자로, 그것도 여성 노동자로 생활해온 25년의 삶을 기억하면서 약자들을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의정활동의 초점도 역시 여성 노동자에 맞춰졌다. "여성의 과반수가 실업 상태에 있고 취업자들도 대부분 비정규직에 머무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육을 공공화하고 직장 내 차별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그동안 보수 정당의 담합으로 처리된 법안들을 재검토하고 정치권 내부고발자로 소임을 다하겠다"는 그는 오늘도 노동현장을 누비고 있다.
/범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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