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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첨단族 얼리 어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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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첨단族 얼리 어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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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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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C(Hand Held PC)라고 불리는, 손바닥 만한 휴대용 컴퓨터 신형이 나왔어요. 기존 제품보다 속도가 더 빨라지고 기능도 추가되었답니다. 물론 디자인도 깜찍하고요. 노트북처럼 부팅하는데 기다릴 필요도 없고 키보드가 달려 있어 PDA보다 입력하기도 편하대요.지금 첨단 노트북도 있고 PDA폰도 사용하고 있지만 어서 빨리 HPC를 써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날 지경입니다. 이미 머릿 속은 제품을 갖고 작동하는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가 무척 힘이 드네요.

댁은 그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으세요? 있으시다고요? 그럼 당신도 얼리 어답터입니다. 영어 Early와 Adopter의 합성어입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구입해 사용해 보고 제품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얼리 어답터란 말은 경제학자가 아닌 사회학자가 처음 했습니다. 1957년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가 ‘디퓨전 오브 이노베이션’이란 책에서 역설한 개념인데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IT(정보통신)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 개념이 다시금 부상했죠. 얼리 어답터들도 부쩍 늘어나면서 말이죠.

최신 제품을 사서 사용해 보는 게 뭐가 즐겁냐고요? 왜 비싼 돈들이며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요? 남이 아직 모르는 것, 남이 아직 구하지 못한 것을 처?갖는다는 것 만큼 신나는 일이 있나요? 남보다 먼저 제품을 이해하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인터넷 혹은 책을 통해 남들에게 알리면 기쁨은 배가됩니다. 신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개선점을 발견할 때마다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반영되고 더 나은 신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은근히 자부심도 느낍니다.

물론 돈도 많이 들죠. 어떤 선배는 신제품을 자꾸 사온다고 구박(?)만 하는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고도 하고 남편 눈치가 보인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 불만이나 아쉬움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비용을 절약하는 노하우도 많이 축적돼 이제는 예전 보다 돈도 적게 드는 편이랍니다.

누구든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살아 있다면 이미 반쯤은 얼리 어답터입니다. 얼리 어답터들은 이 시대의 프론티어 혹은 파이오니아라고 자부합니다. 개척자이지요. 신제품, 신기술을 향한 우리의 탐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니까요. 어디 이상하고 신기한 제품 또 없나요?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사진=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만만찮은 씀씀이

"돈이 많이 들어서 못하겠어요. 이제 정리해야죠."

신제품이 나오면 일단 구입해 써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얼리 어답터에게 지갑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다. 그래서 프레스코의 김호 마케팅팀장은 "아내가 가장 무섭다"며 "결혼후 제품을 구입하고 교체하는 비율이 총각 때보다 상당히 줄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끔 아내가 잠든 밤시간에 화장실에 들어 간다. 새로 산 제품을 몰래 써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여러가지 새 기능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희열을 느낀다.

박강혜씨는 반대로 남편 눈치를 본다. 최근 남편을 졸라 노트북을 바꾼 그녀는 얼리 어답터 모임에 열심히 나가는 것으로 구매 욕구를 조절한다. 모임에서 새 제품들을 구경하고 잠깐 써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한다. 남편이 뭐라 그럴까봐 결혼 전에 게임기를 마련하고 디지털 카메라도 미리 바꿔 놨다. 하지만 실용주의적인 남편도 박씨의 열성에 마침내 손을 들었다. "지금도 쓸만한 데 왜 바꾸냐"는 타박을 무릅쓰고 일단 구입하면 남편이 슬며시 들고 나가거나 먼저 사용한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의 신주용 팀장은 "얼리어답터에게 최대의 적은 결혼"이라며 웃는다. 남편이든 아내든 비싼 신제품을 사들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신 팀장은 "술 담배를 많이 하는 얼리 어답터는 별로 없어요. 개인 취향도 있겠지만 새 제품을 사려면 다른 것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죠"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신제품을 남들 보다 먼저 써본다는 프라이드와 만족감은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김호 팀장은 "사용하고 있는 얼리 어답터 제품을 보곤 사람들이 신기해 하면서도 재미있어 하는 걸보면 나 자신도 즐겁다."고 말한다.

얼리 어답터의 역할은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신주용 팀장은 "얼리어답터를 일부러 양성하고 지원해 주면 몇 배 이상의 소득이 되돌아 온다"고 말한다. 제조회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능상의 오류나 흠을 얼리 어답터들이 재빨리 발견해 주기 때문이다. 셀빅에 손목걸이용 홈을 만들도록 한 것도 얼리 어답터의 충고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얼리 어답터에게 신제품을 싼 값에 판매하거나 무료로 대여해주는 일도 흔하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잘 이해하고 자기 주관에 따라 구입할 수 있도록 눈과 안목을 제공해 주는' 얼리 어답터의 투자 비용은 국가차원의 소득으로 되돌아 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리어답터닷컴의 최문규 사장은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업그레이드 돼야 제품이, 나아가 기업이 진보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그저 유행 따라 물건을 구입하거나 남들이 사는 물건을 따라 사는 소비 패턴을 거부한다. 여러 대기업과 계약을 해 컨설팅 및 제품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얼리 어답터는 이시대의 민간 산업전사들"이라며 "그들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양한 첨단 제품들

◎자가발전 라디오

마치 태엽을 감듯 손으로 발전해 듣는 라디오.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자동으로 충전된다. 1분 정도 돌리면 30분 정도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전구가 달려 있어 플래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무인도나 오지 등 전원 공급을 받기 힘든 곳에서 유용하다.

◎적외선 목걸이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사진들이 즉시 목걸이로 전송돼 목걸이 가운데 있는 조그만 LCD에 차례로 뜬다. 목걸이를 찬 사람과 대화하는 상대방은 사진을 보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전송은 적외선 통신으로 이뤄진다. 일종의 이미지 전용 액세서리.

◎조명시계

바둑판처럼 시계 자판이 조그만 전구 조명들로 채워진 손목시계. 전구의 불빛이 어떻게 켜졌느냐에 따라 시간을 가늠한다. 일반인이 이 시계를 보고 시간을 알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 일본 핌프사 제품.

◎인터넷 액자

인터넷이나 전화선에만 연결하면 사진이 자동으로 뜨는 앨범. 설정한 사진을 슬라이드처럼 교차해 가며 LCD에 비춰준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유용한 제품. 손자 손녀 사진을 찍어 부모님께 자동으로 보여드리는데는 그만.

◎루미패드

첨단 메모판. 형광펜으로 필요한 내용을 쓰고 놔두면 사람이 다가갈 때 번쩍인다. 센서가 달려 있어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켜진다. 메모 내용을 알아보기 쉽도록 만든 제품. 자동차를 주차하고 차에 메모를 남길 때 유용하다.

◎스피커 베개

자동으로 TV나 DVD에서 나오는 소리를 전달해 주는 베개. 골전도 방식으로 뼈에 미세한 진동을 줘 메시지를 소리로 전달한다고 한다. 수험생들이 자면서도 공부할 수 있게끔 개발된 제품. 효과는 아직 미지수.

■장난감서 패션까지…이색분야

신제품을 남보다 먼저 구입해 사용해 보는 얼리 어답터가 IT(정보통신)나 컴퓨터, 전자 제품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트렌드를 일찍 읽고 선도한다면 누구나 얼리 어답터로 불릴 수 있다. 특히 장난감이나 패션, 화장품 등은 얼리 어답터의 역할이 중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소비자의 취향 및 욕구를 반영해 미래를 읽는, 프론티어적 감각이 특히 중요해서다.

주노디자인의 김준호 대표. 다 큰 어른이지만 그의 사무실과 방은 온통 장난감들로 가득하다. 장난감이라면 소리나는 권총이나, 달리는 기차를 생각하기 쉽지만 그가 가진 장난감들은 한결같이 독특하다. 큐브릭, 초합금 로봇, 틴 토이, 베어 브릭, 가샤폰, 캡슐 토이 등등. 이름만 들어서는 전혀 짐작이 안가는 낯선 장난감들이 그가 열중하는 것들이다.

"1988년 디자인을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가 장난감과 장난감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하나둘 모으다 보니 아예 장난감 얼리 어답터가 돼버렸지요." 지난 해부터 그가 열광해 수집하고 있는 것은 큐브릭. 일본 메디콤사에서 나오는 고유 브랜드의 장난감이다. 조그만 인형 같이 보이는데 다양하게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재미로 삼는다.

"미래엔 어른이 장난감 소비자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은 옛말이지요." 그가 그리는 미래의 어른용 장난감은 모형이나 인형에 가깝다. 기능이 많지 않은 대신 이름이나 캐릭터가 강하다. 브랜드도 중요하고 장난감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보고 진열하고 소유하는 것이 장난감 얼리 어답터들의 특성이다. 장난감에 기능이 많으면 오히려 값이 떨어지는 것이 요즘 추세.

외국 인터넷 경매 사이트까지 뒤져가며 장난감을 구입하는 그가 보유한 장난감은 어느새 2,000여점. 사기만 할 뿐, 팔지를 않으니 어느새 수집가가 됐다. "홍콩에선 '주식보다장난감을 사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로 장난감 산업이 급성장했어요. 우리도 멀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겁니다." 장난감 동심 브랜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금 장난감 개발에 열심이다.

새로운 트렌드나 유행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패션에서도 얼리 어답터가 돋보인다. 트렌드세터(Trend Setter) 패션리더(Fashion Leader)로도 불리는 이 분야의 얼리 어답터는 신기술을 중시하는 IT 분야와는 성격은 다르지만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잡지사 기자 출신인 김유정(32)씨는 패션계에서 얼리 어답터로 꼽힌다. "몇년 전 뉴욕에 있다가 귀국해 로우 라이즈 진을 많이 입고 다녔어요. 골반에 걸쳐 입는 바지로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인 패션이었죠." 평소 감각적인 옷을 즐겨 입는다는 평을 듣는 그녀는 "패션 얼리어답터는 새로운 것을 겁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이"라고 해석한다. 외국의 유명 사이트를 서핑하며 새로운 옷이나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것이 노하우. 입고 있는 옷 대부분을 매장에 나오기 전에 구매한다.

내추럴하고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는 신은주(33)씨. 영국계 광고회사인 TBWA 부장으로 일하는 그녀도 광고계에서 남보다 앞선 스타일의 옷을 입는 얼리 어답터. 새 제품을 이용하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다는 그녀는 "패션은 남이 안 입는 옷을 입고 튀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스타일을 얼마나 잘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보통신 분야는 새로운 기술과 영역을 개척하고 신제품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지만 패션은 달라요. 새로운 것이 나온다기 보다 이미 나와 있는 수많은 경향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재해석하느냐는 것이 키포인트입니다." 동아TV 패션담당 이채영 기자는 "어떤 옷을 입느냐 보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옷을 입을 줄 아는 사람이 얼리 어답터"라고 말한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생활의 탐험가들

"제가 설명하면 30분 안에 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얼리어답터(www.earlyadopter.co.kr)를 운영하는 최문규(35)씨. 기자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태블릿(Tablet) PC에 관심을 보이자 대뜸 하는 말이다. 취미로 시작한 얼리 어답터 생활이 이젠 직업이 됐다는 그의 말이 실감난다.

"이 태블릿 PC는 플라스틱펜으로 써서 기입하는 컴퓨터입니다. 작성한 문서를 바로 이메일로 보내거나 프린트할 수도 있습니다. 가로나 세로로 문서 형식을 바꿀 수도 있고요. 노트북의 경우 모니터를 켠 채로 들고 설명하기 힘들죠? 그래서 태블릿 PC가 필요한 것입니다."

새 제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시험하거나 시연해보고 싶은 그의 성향은 다른 소지품에서도 드러난다. 자판에 문자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조그만 키보드, 자판마다 문자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는 하얀 색상의 이 제품은 3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름은 해피 해킹 키보드.

또 한 손에 쥔 채 슬며시 지나치면 사진이 찍히는 스파이 카메라, 바둑판 모양의 조명 일색인 손목시계 등 그가 지니고 다니는 이상한(?) 제품만 10여가지가 넘는다. 그의 사무실에도 온갖 종류의 얼리 어답터 제품들이 꽉 들어차 있다. 이들 제품만 봐도 얼리 어답터가 무엇인지, '필이 확 꽂힌다.'

연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삼성엔지니어링에서 5년여 근무한 그는 국내 얼리 어답터의 선구자로 꼽힌다. "1997년인가, 박사 논문을 쓰던 매형에게서 얼리 어답터란 단어를 처음 들었어요. 당시만 해도 무척 생소했던 그 용어를 듣는 순간 내가 바로 얼리 어답터임을 직감했다고 하면 좀 건방진가요. 하하…."

컴퓨터 분야에 특출난 자질을 보여 일찌감치 PC를 다루는데 익숙하고 홈페이지 만드는데 정통했던 그는 2002년 10월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만들기'라는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 13판까지 10만권 이상 팔린 이 책으로 집까지 장만했을 정도. 이 책 말고도 그는 얼리 어답터 관련 책을 9권이나 썼다. 모두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미리 습득하고 그에 대한 설명과 해설을 다룬 것들이다.

매일매일 새로 나오는 신제품을 입수해 미리 사용해 보고 평가 내용과 사용 후기를 12만명 이상이 지켜 보는 인터넷이 올리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 한 달에 한두번씩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박람회에 참가해 신제품들과 박람회 모습을 촬영, 동영상으로 기록, 전달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 역할이다.

성격상 전자나 컴퓨터 분야 마니아가 주류인 얼리 어답터는 80%가 남자일 정도로 남성 영역으로 치부되지만 박강혜(29·이화여대 대학원2)씨는 이 분야의 소문난 얼리 어답터 우먼으로 꼽힌다. 케이블TV의 유명 VJ 경력을 갖고 있는 그녀는 지금 홈쇼핑TV의 프로슈머(프로와 컨슈머의 합성어) 전문게스트로 활동중이다. 제품을 전문적으로 사용해 보고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그녀의 역할.

"처음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니까 디지털 카메라가 필요했어요. 이것저것 써보며 여러 기능을 사용하다 보니 기기를 자꾸 바꾸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전문가가 됐어요." 카메라광인 그녀는 2∼3년전부터 유행하는 로모카메라의 종류를 거의 다 갖고 있다. LCA, 스플래쉬, 샘플러 등 카메라마다 색감과 분위기기 다르다. 디지털 카메라를 최근 니콘에서 캐논으로 바꾼 그녀는 PDA도 워크패드와 팜을 거쳐 지금은 소니의 클리에, MP3플레이어는 애플사의 아이팟, 아이리버 등 여러 개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기계적으로 접근한다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똑 같은 카메라라도 기능보다 나의 감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성향의 제품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니깐요." 그녀는 "기계는 디지털이라도 영상이나 소리는 결국 아날로그"라고 말한다. 사진을 찍고 보는 이는 기계를 접하는 있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열중한다는 것. 그녀는 컴퓨터 칼럼니스트 곽동수씨 등과 함께 얼리 어답터들의 모임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조현경(32)씨도 이름난 여성 얼리 어답터이다. 최문규씨와 함께 얼리 어답터 제품에 얽힌 뒷 얘기를 모은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을 펴낸 그녀는 생활용품 전문 얼리 어답터.

렌즈가 4개 달린 카메라, 어느 각도로도 모난 부분으로만 사용하게 되는 만능 지우개, 물에 한 방울 타면 산소 농도가 100배 올라간다는 액화산소통, 어르신들을 위한 돋보기가 달린 손톱깍기, 어른용 장난감 등이 그녀가 핸드백 속에 항상 휴대하는 것들이다.

"재미있는 제품들을 갖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설명도 해 주고 선물로 주기도 해요. 모두 재미있어 한답니다." 항상 새롭고 신기한 물건을 갖고 싶고, 사고 싶다는 그녀는 종종 외국에 나가 그런 제품들을 잔뜩 사가지고 오는 것이 취미다. 스스로를 '정보 수집가'라고 부르는 그녀는 제품 포장박스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 본래 포장으로 선물해야 기쁨이 더 커진다는 생각에서다.

"포장도 포장이지만 포장지에 적힌 설명서나 안내문은 지식의 보고입니다. 설명서를 보곤 그 회사 사이트로 들어가 다른 제품들이 뭐가 있나 확인하니까요." 그 때 더 좋고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로 그녀는 신문, 잡지나 사보 등에 얼리 어답터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스파게티 전문점 프레스코의 김호 마케팅 팀장의 가방은 노트북, 이동용 하드, PDA, 디지털 카메라 등 각종 디지털 기기로 넘쳐난다. 대부분 중고지만 모두 최근에 구입한 것들이다. 여러 신제품을 다양하게 사용해 보려면 제품을 수시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중고를 구입한다. 그가 쓰는 지금의 도시바 노트북은 12번째, 모빌리안에서 시작한 PDA는 15번째 사용하는 모델이다. 당장 사용하고 있는 MP3플레이어만도 5개.

"얼리 어답터도 약간은 중독성이에요." 아침에 출근해 PDA를 PC에 꽂아 전날 들어온 이메일을 다운받고 이동 중에 PDA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답신을 작성하는 것이 그의 시간절약 요령. 단순히 신제품을 앞서 써본다는 차원 이상으로 업무 활용에 효과적이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 얼리 어답터가 됐다"는 그는 자동차도 국내에 800대 밖에 출시되지 않았다는 크레도스 밴을 몰고 다닌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의 신주용 영업기획팀장은 국내 1세대 얼리 어답터다. 토종 PDA 셀빅을 만든 제이텔 마케팅팀장 출신인 그는 지금도 손목시계 겸용 핸드폰을 차고 다니며 사람들 시선을 끌어 모은다. 텔슨전자에서 만든 이 워치폰은 시계 모양으로 생겼는데 용도는 핸드폰으로 사용되는 첨단기기. 시판을 앞두고 얼리 어답터로서 미리 기능을 체크하고 있다.

"나이가 40대라도 머리는 항상 젊어야죠. 그래서 핸드폰은 항상 최신 것만 씁니다." 그는 "충성스런 얼리 어답터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1998년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핸드폰이나 PDA를 MP3플레이어와 합쳐 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지금 MP3플레이어 겸용 핸드폰이 나와 인기를 끄는 것을 예로 든다. 트렌드를 읽는 얼리 어답터에 대한 찬가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얼리 어답터 노하우

제품은 전자상가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고로 구입한다. 아무래도 중간 상인의 마진이 생략되니 시세보다 더 싸다. 단 중고는 1년 미만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제품 출시 후 1년까지 무상수리가 보증되기 때문이다. 중고가 아닌 새 제품을 살 경우에는 공동구매를 활용한다.

구입한 제품은 일단 애프터서비스센터에 보내 점검을 받는다. 무상수리 보증기간을 활용하면서 제품의 이상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구입한 제품의 포장지와 설명서 등은 깨끗이 보관한다. 심지어 포장지 안의 비닐까지 그대로 둔다. 다시 제품을 팔 때 온전하게 포장해 놓으면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있다. 포장지 여부에 따라 중고 제품의 시세가 확 달라진다.

구입한 제품은 되도록 한달 이내에 다 사용해 보고 처분한다. 일찍 팔수록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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