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 각 정파는 치열한 이념 논쟁을 벌였다. 특히 그룹별로 분임 토론에선 국가보안법과 이라크 파병, 북한 문제 등 정책 현안들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당내 소장파와 개혁 성향의 초선 당선자들은 "한나라당이 수구·부패 이미지를 털기 위해서는 개혁적 중도보수로 탈바꿈하는 게 급선무"라고 목청을 높였다.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은 퇴행적, 우편향적 보수에서 왼쪽으로 조금 이동해 중도보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성권 당선자도 "4년 후 집권하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좌로 몇 걸음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보수에 기생한 부패와 수구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영남권 및 일부 중진 의원은 "보수 노선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게 살 길"이라고 반박했다. 김용갑 의원은 "왼쪽으로 가자는 건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따라가자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이방호 의원은 "한나라당이 보수적이어서 총선에서 패한 것이 아닌 만큼 인위적 좌로 이동은 안 된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분임토론에선 국방·안보 현안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특히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와 관련, 개혁성향의 중진인 김덕룡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개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으나, 보수 맏형격인 김용갑 의원은 "아직 때가 아니다"고 맞섰다. 김용갑 의원은 "국가보안법이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 것은 극히 미세한 부분"이라며 "몇몇 조항을 고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며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시기상조론을 폈다. 이에 김덕룡 의원은 "한나라당이 추구할 개혁은 실용적 개혁인데 국가보안법에는 실효성 없는 조항이 많다"면서 "불고지, 찬양·고무, 정부참칭 등 이미 실효를 잃은 조항은 과감히 던져야 한다"고 공박했다. 김용갑 의원이 다시 "그렇게 정리하면 열린우리당보다 더 진보적인 느낌을 준다"고 압박했으나, 김덕룡 의원은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좋은 데로 가면 우리는 나쁜 데로 가야 하느냐"고 면박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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