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가 외국 자본의 공격을 받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전달해 파문이 일고 있다.삼성전자는 29일 고위 임원을 공정위에 보내 "최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60%에 육박하는 반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최대 17% 안팎에 불과해 적대적 M&A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삼성측은 특히 공정위가 26일 밝힌 대로 금융사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30%에서 15%로 축소할 경우, M&A 위협이 현실화하면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격적인 투자자의 등장→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요구→이사회 장악→공개매수나 적대적 M&A. 삼성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외국인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삼성전자 시가총액(100조원)과 삼성측 지분을 고려할 때 M&A에 성공하려면 25∼30%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30조원(250억 달러)은 있어야 한다"면서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도 "M&A 위협은 세계 어느 기업에게도 있는 것"이라며 "삼성이 보다 글로벌 기업답게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룹의 현 지배체제를 흔들 수도 있는, 공정위의 금융기관 의결권 축소 방침을 겨냥한 고강도 '압박용 카드'이자 장기적으로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의 명분을 쌓자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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