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가 해외 출장 중인 상황에서 이런 기사가 나가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제발 빼 달라."안병영 교육부총리의 아들이 교육인적자원부 간부들을 통해 서울대에 부인의 직원 채용을 청탁했다는 사실을 취재, 보도한 27일 교육부는 항의도 아니고 해명도 아닌 이런 황당한 요구를 밤새도록 계속했다.
교육부의 요구는 "기사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니 수정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상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에 사로잡혀 해외출장 간 부총리의 심기만을 걱정했다. 보고를 받은 부총리까지 "(이미 보도 됐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반응만 보인 것으로 전해졌기에 교육부 관리들의 행동은 더욱 과잉충성으로 비춰졌다.
본보가 제보를 받고 서울대에 청탁압력을 넣은 교육부 A국장에게 확인전화를 한 것은 이날 오후 2시. 전화를 끊은 지 불과 20분만에 A국장 등 간부들이 편집국으로 달려왔다. "정책에 관한 내용도 아니고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하니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날 저녁 기사가 본보 가판에 사회면 머릿기사로 나가자 다시 교육부 고위 간부들이 찾아와 기사 축소를 읍소했다. 이들은 다른 언론사에도 직접 찾아가 기사 삭제 및 축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고위 간부들 역시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논설위원 등 각 언론사 고위간부 명단을 입수해 맨투맨식 심야로비에 나섰다.
로비는 28일에도 이어졌다. 교육부는 방송사의 보도를 막기 위해 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참여정부가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내세우며 권언유착과 가판신문 구독금지 등을 표명한 지 1년이나 지난 오늘, 관가의 현주소이다.
/고재학 사회1부 차장대우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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