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기숙사가 있다면 저희들의 꿈은 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부디 그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여고 교장의 눈물 어린 편지가 10억원짜리 기숙사를 만들어 냈다. 주인공은 전북 전주 성심여고 김낙완(58·사진) 교장. 그가 학생들이 밤늦게 귀가하는 불편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숙사 건립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그는 먼저 전주에 백화점을 오픈 할 예정인 대기업 본사를 찾아가 "졸업생 2만명 모두가 백화점 주고객인 여성이니 기숙사를 지어 주면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설득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곧바로 4년 전 이화여대에 200억원짜리 건물을 지어준 또 다른 백화점을 찾았으나 역시 헛수고.
김 교장은 굴하지 않고 8월 말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견 건설업체인 B사의 문을 두드렸다. 이 업체는 이미 전국 73개 학교에 무료로 기숙사를 지어준 기업.
그러나 B사는 동일지역에서 남학교나 공립학교 1곳에만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한 내부 방침에 따라 김 교장의 간곡한 요청을 번번이 고사했다.
김 교장은 포기하지 않고 "회장님을 만날 수 없으면 뜻이라도 전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소연했고, 통사정과 성의에 감복한 회장 비서실 직원은 "공문이라도 보내달라"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김 교장은 공문을 보내라는 것은 '정중한 거절'이라고 판단, 공문 대신 편지를 썼다. "저희 재단에서는 기숙사를 지을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큰 인재를 기르신다는 숭고한 뜻에서 이 간청을 꼭 들어주시기를 거듭 호소합니다." 편지를 읽고 감명 받은 직원은 회장에 보고했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10억원이 들어가는 3층(연면적 990㎡) 규모의 기숙사를 지어 주겠다'는 회신을 9월18일 학교에 보냈다. 기숙사는 다음 달 10일께 착공, 9월 완공 예정이다.
김 교장은 "이렇게 빨리 꿈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3학년 최영(18)양은 "가을에 기숙사에 입주하면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어 벌써부터 설레고 기다려 진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