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뀐다. 5월 중순쯤 탄핵 국면이 마무리 된 뒤 업무에 복귀할 경우 새로운 리더십으로 정치적 부활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새 리더십의 지향점은 실용주의다.우선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더라도 언론이나 야당 등과 부딪치면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가급적 줄이겠다는 게 실용주의다. 실속 있는 개혁이 목표다. 또 일상적 내치(內治)는 총리에게, 대부분의 정치 현안은 열린우리당과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와 정부 혁신 등 장기적 국정 과제를 챙기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도 실용주의에 해당한다.
노 대통령은 야당과의 관계에서는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언론과의 관계도 갈등 보다는 화합 지향 쪽으로 기조를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언론 개혁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정부 개혁이나 부패 방지 등에 개혁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특히 언론사의 소유 지분 제한 방안 등을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언론 개혁 방안으로 거론되는 신문 판매 시장의 혼탁 시정, 편집과 경영의 분리 등에는 나름의 관심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단기적인 경제 정책 등 일상적 국정 운영에 대한 권한은 상당 부분 총리에게 맡길 방침이다. 그 대신 탄핵 국면이 마무리되는 대로 외국을 순방하면서 경제 외교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6월 이후에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우리 상품을 팔 수 있는 해외 시장을 넓히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비즈니스 외교' 계획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탄핵 국면이 끝난 직후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그 뒤에도 연말까지 칠레 등 남미 (APEC 회의 참석차), 동남아 등 10여개 국을 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하루에 5∼7건 가량의 일정을 소화했지만 앞으로는 행사를 줄여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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