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실용주의적 개혁정당으로 정체성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28일 "이념적 잣대로 정당의 좌표를 설정하는 것은 경직적이고 무책임하다"고 재강조하며 당 정체성 논란에 쐐기를 박으려 했지만 김원웅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반박했다.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 첫날부터 실용주의적 개혁정당 안을 제시했던 정 의장은 워크숍 마지막 날인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개혁을 진보와 동일시 하는 것은 이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개혁은 현상을 끊임없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으로 진보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실체도 없는 이념을 내세워 닫힌 태도를 갖거나 정당을 이념으로 규정해 융통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시대착오"라며 "우리당은 중도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혁당 출신의 김원웅 의원은 "탈이념 실용주의 노선은 우리당이 보수정당임을 선언한 것"이라며 "그러면 국민들이 이회창이 아니라 노무현을 뽑은 이유가 없어진다"고 처음으로 정면 반박했다. 특히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실용주의적 변용은 할 수 있지만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이념을 부정하는 것은 철학의 빈곤"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유시민 의원 역시 "정 의장 개인의견으로 당론이 아니다"며 "이제부터 당 정체성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근태 원내대표는 당 정체성에 대해 "핵심은 개혁 노선이고 이를 지키면서 실용적이고 실사구시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게 워크숍 결론"이라고 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예"라며 동의를 표했다.
/양양=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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