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는 버들피리를 '줄레'라고 불렀다. '버들피리 만들러 가자'하는 말을 '줄레 틀러 가자'라고 했다. 그것이 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트는 것'이냐면 연필보다 가는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그것의 껍질과 속의 흰 나무가 따로 놀도록 먼저 껍질을 비튼 다음, 속의 나무를 빼내야 했기 때문이다.버드나무야말로 집집마다 있는 게 아니어서, 학교 갔다 오는 길 냇둑에서 동네 아이들이 한군데 책보따리를 모아놓고 저마다 열 개쯤 줄레를 튼다. 줄레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저마다 나는 소리도 달라 한꺼번에 대여섯 명이 불면 그야말로 줄레의 봄합창이 된다.
그렇게 틀어온 줄레를 동생도 나눠주고 누나도 나눠주고, 또 남는 것은 내일을 위해 물동이에 담아둔다. 그러지 않으면 밤새 줄레 껍질이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낮에는 아무리 시끄럽게 불어도 어른들이 뭐라고 하지 않지만 밤엔 절대 불면 안 된다. 그 소리를 듣고 뱀이 집안으로 몰려든다고 어른들이 질색을 하며 야단을 쳤다.
이젠 시골 마을에도 줄레를 틀 줄 아는 아이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것 말고도 재미있게 놀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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