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의 급격한 연속 매도에 따라 전주말 936.06까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가 불과 3거래일 만인 28일 901.83까지 추락하면서 외국인 동향이 새삼 증시의 핵심 관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 걸친 현물 뿐 아니라 선물과 콜옵션 등에 걸친 전방위 매도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본격 조정장세에 대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매도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외국인 전방위 매도 의도는?
외국인은 27일 거래소시장에서 7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2,107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이날도 1,384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3월24일부터 22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마감하고 이틀째 350억원 이상의 순매도로 반전했다.
문제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통상 현물 시장에 선행하는 선물 및 옵션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KOSPI 선물시장에서 5,914계약에 이르는 대량 순매도를 기록, 총 누적 순매도량이 1만5,068계약으로 늘어났다. 또 콜옵션에서도 외국인은 이날만 87억여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 같은 매도세는 직접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고비로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부터 28일까지 목표치의 90.7%인 277만6,000주의 자사주(보통주 기준)를 사들였으며 외국인은 이 기간에 삼성전자 주식 8,843억원 어치(144만1,000주)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통상적으로 나타났던 일시적 차익실현 매물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 전망, 미국 증시의 조정 전망 등 잠재적 부담이 현실화하는 와중에 나타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ell Korea 전조는 아니지만…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과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 등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자사주 매입이 진행중인 삼성전자에 대한 차익 매물의 성격이기 때문에 아직 증시 전반에 걸친 '셀코리아(Sell Korea)'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국제 투자자들이 아시아 증시에서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은 헤지펀드 등 단기 투자자금이지만 매도세가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도 "국내 증시가 지금까지 저금리-달러 약세 체제 아래에서 외국인의 풍부한 유동성 혜택을 받아왔으나 최근 환경 변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기적 성격의 해외 자금은 더 이상 한국에 강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이어 올해 11월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사가 대만에 대한 투자제한비중(LIF)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한국행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SCI의 대만 투자 제한 비중이 현재의 55%에서 75%로 상향조정되면 MSCI 이머징 마켓지수상 대만의 비중은 12.6%에서 16.5%로 높아지는 반면 한국 증시는 19.8%에서 18.9%로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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