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스끼다시 내 인생'에서)누구나 세상의 주인공, 횟집 상차림으로 치자면 사시미(회)로 살고 싶겠지만, 세상이 모든 사람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스끼다시(곁들이는 요리) 인생을 살아간다.
원맨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주인공 이진원(32)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까지도 그는 "야구로 치면 방망이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본 적 없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런 그가 "빗맞은 텍사스 안타 정도는 된다"고 평한 행운을 잡았다. 2003년 초, 작사 작곡 연주 녹음 등 모든 과정을 혼자 힘으로 해내 발표한 음반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이 뜻밖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애초 1,000장 한정으로 발매한 음반은 입소문을 타고 금세 다 팔려 나갔고, 신해철이 진행하는 MBC FM '고스트네이션' 등에서 전파를 타면서 추가로 내놓은 500장까지 매진됐다. 최근 2,000장을 더 찍어 냈다.
'달빛요정' 이진원은 2000년 서울음반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인터넷 방송 PD로 일하다가 구조조정으로 곧 직장을 잃었다. 자신의 작업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음악을 만들고 혼자 부르며 지냈다. 2002년 9월 "음악 공부하는 셈 치고" 석 달 동안 뚝딱뚝딱 만들어 낸 음반이 뜻밖의 반응을 불러올 줄 그 때는 몰랐다.
그의 노래는 세련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칠다. "모든 작업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해낸 터라" 흠도 많다.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절룩거리네'). 노래에 희망은 없고 패배주의에 가득 찬 30대 청년의 고민과 자조만 가득하다. 그래도 좋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와 마주한 술자리처럼 솔직하고, 얼큰하게 취해 털어 놓는 가슴 깊은 이야기처럼 마음 아프다.
그래서 그와 비슷한 시절 대학을 다니고, IMF를 전후해 사회에 진출하며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서른 살 전후의 사람들이 그의 노래에 환호한다. "제 인생의 홈런이요? 생각해 보면 거창한 꿈도 없어요. 그냥 마이너스 통장에서 벗어나면 좋을까? 스끼다시 인생이라고 자조하지만 사실 큰 욕심도 없어요. 그냥 이렇게 노래 만들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주면 좋겠죠. 뭐."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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