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린(20)이 난데없이 몽실이 머리를 하고 등장했다. 인터뷰 중에도 연신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쥐어 뜯고 있다. "아, 어색해"를 연발하며. 그래서 반쯤 예의상 "더 예뻐진 것 같아요"라고 말을 건넸더니, "아 정말요?"라며 기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스무 살 아가씨다. "나름대로 요즘 다이어트 해요. 어제는 피부과 가서 여드름도 짰는데. 역시 효과 있네."
"방송사 개편을 앞두고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잘리는 거 아닐까 아주 불안했다"는 조정린. 그런데 잘리기는커녕 그 반대의 일이 발생했다. 새로 맡은 프로그램이 하도 많아 "너무 바쁠 것 같아 걱정"이란다. 조정린은 봄 개편에서 MBC FM '김상혁 조정린의 친한 친구'(매일 오후 8∼10시) DJ와 일요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일 오후 1시10분)의 주연을 새로 맡았다. 머리를 몽실이처럼 자른 것도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맡은 여고생 역할 때문. 시트콤은 얼굴이 못생겨 고민하던 조정린이 하루 4시간 동안 미인으로 변신시켜 주는 마술 샴푸를 손에 넣게 되면서 겪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연예인 할 얼굴 아니다, 왜 쟤가 방송해?, 쟤가 연예인 하면 나도 연예인 한다…. 그녀가 처음 TV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방송국 PD들을 만나도 돌아오는 말은 이랬다. "정린아, 네가 쉽지 않은 얼굴이라는 거 알지?" 하지만 "난 어리니까 욕 먹는 것도 깨지는 것도 두렵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2002년 초 MBC '팔도 모창 가수왕 대회'에 출연한 것이 가수 이선희의 눈에 띄면서 데뷔해 약 2년 동안 리포터, 오락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종횡무진하며 "무조건 열심히" 한 보람이 드디어 나타난 셈이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에 뛰어들었으니 저라고 힘든 게 왜 없었겠어요." 사람들은 조정린을 낯 가릴 줄도 모르는 마냥 명랑한 소녀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가 A형이에요. 학교에서도 절대 튀거나 설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교실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그런데 장기자랑 시간만은 달랐어요. 성대 모창하고 사회도 나서서 보고." 수줍지만 때론 의외의 용기를 발휘하는 'A형 슈퍼맨 스타일'이 바로 조정린이다.
그녀가 인기를 끈 것은 어쩌면 '뚱뚱하고 못생긴' 그녀의 외모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밝고 귀여운' 모습이 합해져 시청자들에게 편하면서 기분 좋은 화학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제가 제 외모를 스스로 희화화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딱 붙는 옷 입고 나오고, 괜히 뚱뚱한 다리 강조하고. 예쁘게 보이려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조정린이 아닌 거죠."
그런데 부모님은 다른 모양이다. 아버지는 요즘도 딸 보고 말한다. "우리 딸이 뭐가 못 생겼다는 건지… 내 보기에는 상당히 이∼쁜 얼굴이다." 엄마도 한마디 거든다. "정린이가 살이 쪄서 그렇지… 어렸을 때 데리고 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예쁘다고 난리였어." 기분 좋아진 조정린이 "그렇지? 그렇지?" 화색을 띄면 아버지는 한 술 더 뜬다. "난 네가 김혜수 닮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제2의 박경림이라고 했다. TV 출연이 잦아지자 '박경림 대타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이제 조정린은 조정린이다. "코믹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리포터도 오락 프로그램 출연도 재치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또 다른 꿈 하나. "제가 직접 대본 쓴 시트콤에 출연하는 거요." 조정린은 시간 나면 드라마도 쓰고 소설도 쓰는 작가 지망생이기도 하다. 지난 해에는 작가 예랑의 홈페이지에 올린 드라마 시놉시스가 채택되기도 했다. "원래 저처럼 뚱뚱한 애들이 감수성이 풍부하잖아요. 하하."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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