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이 성큼 다가왔다. 가족애를 확인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가정의 달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서자. 푸르름을 더해가는 앙증맞은 새 잎은 꽃보다 아름답다. 연초록의 추억을 그릴 수 있다. 첫 테마는 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계곡 트레킹이다.
◎무릉계곡 강원 동해시
두타산(1,352m)은 백두대간에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산이다. '두타(頭陀)'는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를 닦는다는 의미의 불교용어. 두타산은 이름에서부터 부처의 향기가 진하다. 이 산에는 원래 10여 곳에 절과 암자가 있었으나 대부분 소실되거나 없어지고 삼화사와 관음사 등 두 절만이 남았다. 돌봉우리가 둘러쳐진 우람한 산세는 사람들의 번뇌를 씻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무릉계곡은 두타산의 동쪽 계곡이다. 중국 도연명의 '무릉도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골짜기이다. 그래서 일찍이 1977년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되었다. 산은 험하지만 본격적인 산행로 이전인 용추폭포까지는 완만하다. 약간 땀을 흘리는 가족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운동장 만한 바위가 나타난다. 무릉반석이다. 수백 명이 올라 앉아도 남을 만큼 넓다. 바위 위에는 선인들의 글씨가 빼곡하다. 조선시대 명필 봉래 양사헌의 작품도 있다. 반석의 한가운데로 계곡물이 흐른다. 간혹 젖은 잎새가 떠갈 뿐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결한 옥수이다. 무릉반석에서 무지개 다리를 타고 계곡을 건너면 삼화사. 신라 선덕여왕(642년)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뼈대 있는 고찰이다. 중층불사가 한창인데다 지난 2년간의 수해 피해를 복구하느라 조금 소란하다.
삼화사에서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용추폭포까지 40여분(약 2.5㎞). 길은 다리를 통해 계곡을 건너며 이어진다. 계곡의 물소리가 갑자기 굉음으로 변한다. 두개의 폭포와 만난다. 용추폭포와 쌍폭포는 지척의 거리를 두고 이어져 있다. 먼저 만나는 것은 쌍폭포. 왼쪽 반달계곡에서 떨어지는 물과 용추폭포를 거친 물이 양쪽에서 떨어진다. 한반도에서 보기 드물게 큰 규모의 쌍폭포이다. 두 물줄기가 이루어놓은 용소가 비취빛으로 아름답다. 깎아지른 절벽 밑이어서 내려서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쌍폭에서 잠시만 더 오르면 용추폭포. 50여 m 높이의 벼랑에서 물이 떨어진다. 물은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고 세 곳의 웅덩이를 거쳐 삼단으로 떨어진다. 용추폭포에서는 물 가까이에 갈 수 있다. 맑은 햇살이 골짜기를 파고들면 물줄기 한가운데에 어김없이 무지개가 걸린다. 연초록을 배경으로 한 일곱빛깔 무지개. 속세로 돌아가기가 싫어진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033)534-8222.
◎동강 어라연계곡 강원 영월군
정선에서 영월에 이르는 신비의 비경, 동강 51㎞ 구간 중에서도 가장 절경을 이루는 계곡이 바로 어라연이다. 굽이쳐 흐르는 산세와 기암괴석들 사이로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로 말 그대로 심산유곡의 풍치를 자랑하는 동강. 그 중 어라연은 강물이 거의 180도 가까이 급격하게 꺾어지면서 강 중간에 거대한 바위 세 개가 자리잡은 계곡이다. 절벽과 바위, 그 위에서 자란 소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신선이 노니는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래서 세 개의 바위를 삼선암이라고도 한다.
어라연 계곡까지 일반 승용차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영월읍 거운리에 있는 어라연 입구 매표소에서 표(입장료 1,500원)를 끊은 후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왕복 약 6㎞로 3시간 정도 잡으면 충분하다. 멋진 트레킹 코스다. 완만한 높이의 산길과 평평한 강변길, 자갈길, 모랫길이 적당히 섞여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데다 동강의 비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어라연 직전에 조그마한 야산이 나온다. 어라연의 경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일종의 전망대 격이다. 가파르긴 하지만, 그다지 높지 않다. 위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태고적 신비가 느껴질 만큼 환상적이다. 가족과 함께 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자연 속으로 파묻히기에 더없이 좋다. 어라연은 또 한탄강 및 인제 내린천과 더불어 최고의 래프팅 코스로 각광 받는다.
어라연의 왼쪽 편에 우뚝 솟은 산이 잣봉(537m)이다. 어라연 입구 매표소에서 잣봉으로 오른 후 어라연으로 내려와 강변길을 따라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하지만 잣봉의 등산길이 수해 이후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등산길 찾기가 다소 어렵다. 강원도 동강관리사업소 (033)249-5377.
◎용추계곡 경북 문경시
문경팔경의 하나로, 충북 괴산군과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계곡이다. 속리산 자락의 하나인 대야산 봉우리에서 맑은 물이 흐른다. 입구에 들어서 있는 4곳의 식당과 매점을 제외하면 완전히 탈속한 계곡이다. 웬만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숲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 계곡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용추계곡의 정점은 용추폭포다. 3단으로 떨어진다. 물은 자기가 떨어지는 바위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소(沼)를 만들었다. 바위는 모두 하얀 화강암이다. 그래서 고인 물빛이 더욱 푸르다. 두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물이 깎아 놓은 바위의 양쪽에 용이 승천하면서 남겨 놓았다는 용비늘 자국이 선명하다.
용추폭포까지 가는 길은 편하다. 계곡 양쪽으로 길이 나 있다. 오른쪽은 등산로, 왼쪽은 임도다. 입구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만날 수 있다. 등산장비는 필요없다. 뾰족구두만 아니면 된다. 가는 길 곳곳에 넓은 너럭바위가 있다. 편안하게 앉아 다리를 쉬거나 탁족(濯足)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용추폭포 위로 20분 거리에 월영대가 있다. 맑은 소다. 밝은 달이 중천에 뜨면 물 위에 달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적당하다.
산이 유혹한다면 대야산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해발 930m. 용추폭포-월영대-밀재를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코스로 약 5시간 걸린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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