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불법 체류중인 노동자가 임금 체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최은배 판사는 27일 국내 기업에 불법 취업한 뒤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뇌경색 등으로 쓰러진 재중동포 김모(55)씨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최초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4개월치 임금 체불에도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민원도 제기하지 못한 채 우리나라로 올 때 생긴 빚을 떠안은 중국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했다"며 "김씨에게 과거 고혈압 등 질환을 앓았다는 병력이 없는 것으로 볼 때 김씨는 동료들의 퇴직으로 늘어난 업무량과 자신의 임금 체불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1999년 7월 경기 양주시의 한 날염업체에 불법취업한 김씨는 2000년 4월 공장 숙소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중 코를 풀다 갑자기 쓰러져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으나 "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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