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원로 외교관들이 26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미국의 그릇된 중동 정책에 맹목적으로 협력하지 말라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이스라엘, 이라크 등 중동 국가와 구 소련 등 주요 국가의 대사 등을 지낸 영국의 전직 고위 외교관 52명은 이날 블레어(사진) 총리에게 보낸 연대 서명 편지에서 미국의 중동 정책을 '실패할 운명'이라고 못 박으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에 (정책 전환을) 충고하고 이것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실패할 게 뻔한 미국의 중동 정책을 지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잘못에 눈을 감는 것은 진정한 동맹이 아니며 자칫 '공도동망(共倒同亡)'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총리실은 "그들의 견해일 뿐"이라고 깎아 내렸지만, 중동에 정통한 외교계 원로들이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총리를 정면 겨냥한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영국 언론들은 이 같은 일은 그 규모와 수위 등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미국과 영국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철수 계획을 지지한 데 대해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며 많은 피를 부를 방안을 승인, 평화를 위한 40여년간의 원칙과 노력을 한 순간에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BBC방송은 "총리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동의하지 않지만 (현직)외교관들은 대부분 이 같이 우려한다"며, 중동 지역에서의 블레어 총리의 대미 협력 노선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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