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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 윤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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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 윤소이

입력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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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까지 내려오는 치렁한 머리를 휘날리며 빌딩 옥상에서 옥상으로 날아다니고, 심지어는 꼭대기에서 1층까지 수직으로 달려 내려가 소매치기범을 잡는 모습이 새로운 액션 스타를 예감하게 한다.윤소이. 1985년생. 만 19세. 신장 172㎝. 고 2때 잡지 모델에서 시작, 이동통신 광고로 스타덤. 첫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 촬영. 짧은 이력이지만 긴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액션을 펼치는 모습이 시원하다.

검은 선을 넣은 흰 트레이닝복 차림이 '킬 빌'의 우마 서먼을 연상시킨다고 하자 "'킬 빌'보다 먼저 찍은 영화"라며 "따라 한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한다.

얼굴이 빈 캔버스 같다. 칠하는 대로 원하는 그림이 나올 듯하다. 전지현 신민아 김원희를 섞어놓은 얼굴 같지만 그렇다고 딱히 누구와 정확히 닮은 얼굴도 아니다. "아직 자리를 못 잡아서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얼굴, 변화 가능한 얼굴이라는 칭찬으로 들어요."

윤소이가 보여준 액션은 고난도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포스터 촬영을 위해 높이 12m의 가로등 위에 오르는가 하면, 빌딩 7층에 매달려 머리띠를 소매치기범에게 날리는 연기도 선보였다.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진짜라니까요!"

4개월 반 동안 서울액션스쿨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덕이다. "그래서 1학기 포기하고 학사경고 먹었잖아요." 동덕여대 스포츠모델학과에 입학한 첫 학기였다. "중국무예인 우슈 아시아 챔피언에게 검술을 배웠죠. 발차기와 낙법은 기본이고요. 정두홍 무술감독이 시사회 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했을 정도니."

인대가 2번 늘어나 2주간 촬영을 못했다. 칼에 손가락을 베어 여섯 바늘을 꿰맸다. 고깃집 싸움 신에서 상대방 주먹에 잘못 맞기도 했다. "맞는 순서를 잘못 생각했다가 코를 정면으로 맞았어요. 응급실에서 코뼈가 부러졌다고 해서 프로듀서가 울기까지 했죠. 결국 오진으로 판명 났지만."

중학교에서 400m 육상선수를 한 덕분에 달리기 장면은 쉽게 찍었다. "1등 해서 공책 받으려고 무조건 달렸어요. 역전하는 재미가 좋아요. 박수도 나오고." 그러나 액션영화에는 고개를 절로 가로저었다. 향후 10년은 찍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즐겁지만 고생스러워서 잊고 싶은 추억"이라는 것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 "아라한…"은 어떤 영화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영화 속 두 대사로 압축할 수 있다.

"운명은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지죠." 세계를 악에서 구하려는 선한 도인 '7선'의 리더격인 자운(안성기)이 악한 흑운(정두홍)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자 내뱉은 대사다.

"누굴 이기고 싶으면 네 자신부터 이겨." 조폭에게 얻어맞은 순경 상환(류승범)이 사사로운 복수를 위해 도를 이용하려 하자, 그의 사부이자 단짝인 의진(윤소이)이 던지는 충고다.

영화는 두 가지 즐거움을 준다. 하나는 배우 류승범의 진가를 재확인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여성 액션스타 윤소이의 탄생이다. 열혈 교통경찰로 나온 류승범의 연기 재능은 조폭에게 뺨을 수십 차례 맞는 수모를 당한 뒤 '7선'의 도장을 찾았다가 의진 앞에서 너스레를 떠는 장면에서 입증해 준다.

누아르 '피도 눈물도 없이'의 명랑 버전이라 부를만한 영화. 그러나 '인간계와 신선계의 싸움'이라는 황당한 세계관이 재미를 뚝 떨어뜨린다. 상환이 깡패에게 복수하는 고깃집 싸움장면이 오히려 흑운과의 결투보다 쾌감을 주는 까닭은 뭘까. 허술한 세계관이 아닌 독기어린 액션에서만 감독이 빛을 발하기 때문 아닐까. 12세 관람가. 30일 개봉.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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