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채권금융기관들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비메모리 사업 부문을 씨티벤처에 매각하는 협상이 결렬된 데 이어 중국 공장 설립안이 부결되면서 하이닉스의 미래 전략도 불투명하게 됐다.
26일 하이닉스 채권단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하이닉스의 경영정상화 방안 수정 계획에 대한 채권단 서면 결의를 접수한 결과, 대다수 채권금융기관들의 반대로 해외 공장 설립 추진안이 부결됐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국 공장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자칫 경영권과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는 등 투자 위험이 크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우선 자금 조달 면에서 중국이 국내 금융기관의 지급 보증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등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게다가 중국 공장이 설립될 2005년 무렵에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어서 무리한 투자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와 외환은행측은 중국 장쑤성 지역에 총 투자 금액 15억달러(이중 중국측이 최소 10억달러 부담)를 들여 200㎜(8인치) 웨이퍼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서면 결의를 진행해 왔다.
한편 하이닉스와 외환은행측은 "중국 공장 설립안이 완전 부결된 것이 아니며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계속 협상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중국 현지 생산기지가 갖춰질 경우 관세 문제나 통상 문제 등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된다"며 "적은 투자 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채권은행들을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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