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린 화장품 왕국 에스티 로더사(社)의 창업주 에스티 로더 여사가 24일 심장 및 폐기능 장애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7세.에스티 로더사는 1995년 상장됐을 당시 자산 규모가 20억 달러 이상이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47억 달러로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349위에 올랐다. 현재 미국 백화점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으며 130개국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로더 여사는 1946년 남편 조지프 로더와 함께 에스티 로더사를 창업한 뒤 도너 캐런 화장품, 타미 힐피거 미용용품, 아라미스 등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로더는 헝가리계 어머니와 체코계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뉴욕주 커로나에서 성장했다. 그는 화학자인 삼촌 존 쇼츠가 만들어 낸 화장품을 미장원과 호텔에 팔러 다니면서 화장품 업계의 생리를 터득, 1948년 마침내 뉴욕 삭스 백화점을 시작으로 고급 백화점에 판로를 열었다.
"세상이 완전무결하다면 누구나 영혼의 따뜻함으로 심판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세상에서 여성은 용모의 덕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최종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 그의 화장품 예찬론이다. 그는 또 "내가 무엇을 믿는다면 그것을 팔 것이고 팔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며 화장품 영업에도 억척스러운 의지를 보였다. 이후 향수와 남성 화장품에까지 영역을 넓혔으며 업계 최초로 무료 샘플을 제공하고 자사 광고 슈퍼모델로 단 한명만을 내세우는 관행을 만들었다.
1982년 남편이 사망한 뒤 아들들과 함께 회사를 운영해 오던 로더 여사는 1995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으나 1998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의 경영 천재 20명 중 유일한 여성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생전 "세상에 못생긴 여성은 없다. 용모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는 여성만이 흉하게 보인다"면서 "아름다움은 태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