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한 '안풍(安風)' 사건의 증인으로 법원으로부터 수 차례 출석 통보를 받고도 불응해 온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뒤늦게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26일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노영보 부장판사)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치 도의상 법정에서 증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30일로 예정된 안풍 사건 속행 공판에도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재판 출석 여부는 물론이고 이번 사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A4용지 1매 분량의 사유서에서 "국가기관의 간부와 여당의 사무총장 사이에 일어난 이번 사건에 대해 당시 대통령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 재임 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증언하는 것은 관계 법률이나 정치 도의상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풍 자금의 출처를 놓고 "안기부 예산"이라는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김 전 대통령이 준 돈"이라는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본인은 대통령 재임 중에 그 누구로부터 돈 받은 사실이 없으며 또 누구에게도 돈 준 사실이 없다"며 "법정에 출석해도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30일 법정에서 김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 변호인측의 의견을 들은 뒤 계속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30일 공판에는 그동안 국가정보원이 증인 출석 허가를 해주지 않아 증언할 수 없었던 엄삼탁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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