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한 '주택성능표시제'는 주거환경 개선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교통부가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을 통해 발표한 주택성능표시제는 소음, 유해물질, 외부조경, 건물구조, 에너지효율 등 세부항목별로 성능등급을 매겨 분양공고 때 함께 공개토록 하는 제도로, 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으로 판단된다.주택성능표시제의 도입은 우리 주택정책이 물량 위주에서 주거의 질 위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지 않아 입주자들은 소음이나 새집 증후군 같은 열악한 환경을 감수해야 했던 게 사실이다. 분양가가 비싸더라도 주택공급업자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왜 비싼지 따져 볼 방법도 없었다. 이제 소비자들이 주택의 구체적인 성능과 품질을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갖고 있는 부작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분양가 인상 경쟁과 계층화의 심화다. 그렇잖아도 이른바 웰빙 바람을 타고 고급 자재와 시설을 갖춘 초고가 아파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고급화경쟁이 붙어 궁전 같은 아파트의 등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분양가 인상 경쟁은 결과적으로 주택값을 올리는 작용을 할 것이다.
강남의 타워팰리스가 새로운 특수계층을 형성하듯 사회의 계층화를 더욱 확산시킬 우려 또한 크다. 싸구려 아파트, 비싼 아파트의 구별이 그대로 드러나 단지별 차별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성능표시 기준을 정할 때 지나친 품질 경쟁을 유도하지 않도록 필수적인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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