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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진보정당의 국회입성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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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진보정당의 국회입성에 거는 기대

입력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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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학 시절 대사관 직원으로 근무하던 대학 선배와 한국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식당 주인이 대학 선배에게 한 농담이 생각난다. "당신들 때문에 프랑스 사회에 적응하고 살기가 힘들다"고. 그 주인 얘기는 한국인들이 반공 교육을 너무 철저하게 받아서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프랑스에서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사실 프랑스에 정착하고 사는 교민 중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드문 편이긴 하다. 반공 교육과 교민들의 경제적 성공 여부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회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필자가 프랑스 사회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왔던 문화적 충격은 그 사회가 포용하는 이념적 스펙트럼의 폭이었다. 대통령이 공산당 당수를 만나서 국정을 논의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면서 강한 이질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공산당은 뿔이 달린 괴물이라는 교육을 받고 성장한 이방인이 극우부터 극좌까지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생소하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적 다양성이 프랑스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치 지형의 다양성은 사회적 갈등의 무절제한 분출을 막아 주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관심사항을 정치적 의제로 다룰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형태의 사회적 갈등 현상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17대 총선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제도권 밖에 머물러 왔던 진보정당이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비록 교섭단체 구성에는 못 미쳤지만 10석의 의석으로 단번에 제3당으로 뛰어올랐다. 벌써 민노당의 등장으로 보수정당들이 이념 색채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진보정당의 국회 진출은 그 동안 타성에 빠져 있었던 기존의 보수정당에 경종을 울리고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감시하고 경쟁하는 체제가 됨으로써 한국 정치의 건강성을 증진시키고,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보수 정당은 부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투명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기를 기대하고, 새로 국회에 진입한 진보세력은 초심을 잊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를 바란다.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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